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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기자를 대체한다? 저널리즘 위해 분투하는 건 결국 기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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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엔 왼쪽부터 이정환 대표, 김재인 교수, 김희원 실장, 송해엽 교수가 토론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엔 왼쪽부터 이정환 대표, 김재인 교수, 김희원 실장, 송해엽 교수가 토론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언론 불신 시대에 인공지능(AI)은 뉴스룸에 도움을 줄까, 아니면 몰락을 가속화시킬까. 챗GPT가 등장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와 같은 생성형AI의 기자 대체 여부는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 기자의 ‘질문하는 힘’을 부각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동소이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선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송해엽 국립군산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 등이 현장의 인공지능 실험과 관련해 발표와 토론했고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AI를 연구하는 철학자 김재인 교수는 AI의 기자 대체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봤다. 김재인 교수는 “(생성형)AI는 말을 만들어내는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담긴 내용의 진실성은 상관치 않는다. 얘기가 많이 나왔던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며 “AI는 패턴과 평균치를 찾는 데 능하다면 인간은 의외성, 새로운 발견을 하는 데 능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어디에 위치할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김재인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김재인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국내 언론 최초로 생성형AI 활용 준칙을 마련한 한국일보의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생성형AI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보도’라는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환각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기술 진보가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이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실이 뉴스룸에 주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실장은 “업무 전반에 생성형AI를 쓸 수 있도록 (준칙을) 열어놨지만 하나 금지해놓은 건 ‘취재’다. 팩트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반드시 기자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생성형AI는 심층기사, 탐사보도는 하지 못한다. 고품질 뉴스에선 AI를 쓰기가 효율성이 별로 높지 않다. 지금 단계로는 일정 수준의 품질 이하 기사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김희원 실장. 사진=김용욱 기자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김희원 실장. 사진=김용욱 기자

생성형AI가 포털로 뉴스를 보던 기사 유통 구조 역시 바꾸지 않을까. 송해엽 교수는 그럴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사람들이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을 생성형AI가 굉장히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 생성형AI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시장에서 명확하게 적합성을 찾은 상품이 아니다. 라디오와 같은 무선 통신 기술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AI가) 포함돼 있어도 내비게이션을 AI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AI가 기사를 요약해 주고 일러스트를 만들어준다 해도 그걸 AI라고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 소프트웨어의 기능으로 느낄 것”이라며 “다른 산업 분야를 봐도 생성형AI가 극적으로 업무 효율성, 생산성을 높여주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업무량을 더 증가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문제 제기할 수 없다… 명령 수행할 뿐”

전문가들의 발제 이후 ‘저널리즘과 AI’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진행한 일문일답.

▲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엔 왼쪽부터 이정환 대표, 김재인 교수, 김희원 실장, 송해엽 교수가 토론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엔 왼쪽부터 이정환 대표, 김재인 교수, 김희원 실장, 송해엽 교수가 토론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정환=인간의 창의성을 정의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어떤 희망을 찾아보고 싶다. 저널리즘은 다른 것과 좀 다르지 않을까. AI는 기자처럼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10년 뒤에도 그럴 것인가.

김재인=(AI는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AI를 짜는 기본 틀(아키텍처) 자체가 인간이 명령 또는 지시한 내용만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문제를 잘 풀긴 하는데 인간이 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진화 과정에서 음식이나 번식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새로운 걸 찾는) 작동 원리가 AI와 인간은 거리가 멀다.

이정환=인간 기자는 텍스트에 드러나지 않아도 여러 맥락과 정황들을 판단한다. 현장에선 흔히 ‘엣지’있게 쓰라거나 ‘야마’(핵심)를 잘 잡으라는 말도 한다. 이런 걸 AI가 구현할 수 없다고 보는 건가.

송해엽=실제로 생성형AI에 소위 ‘어그로’(이목)를 끌 수 있는 제목을 뽑아달라 해도 실제 현장에서 이목을 끌어왔던 기자들의 제목 실력보다는 못하다. 그런 면에선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부터 높은 퍼포먼스를 내던 기자들한텐 AI가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송해엽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송해엽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이정환=AI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온 답변들로 통찰을 얻어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과 철저히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답변들로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이 있다고 해보자. AI에 도움을 받는 논설위원이 훨씬 깊이 있는 사설을 쓰게 되는 것 아닌가.

김희원=무엇이 중요한지 의제화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 영역이다. 그런데 그 능력은 기자들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그 차이는) 개인의 가치관과도 연결돼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사람을 능가하는 AI의 관점이 나오긴 어렵지만 어떤 사람이 평균적인 관점을 AI에 기대서 쓰겠다고 했을 때 그걸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여전히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수준 높은 비판적 사고와 관점을 유지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재인=AI는 관점이 없다. 인간은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는 데 즉각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언론사들마다 논조가 달라지지 않나. 언론에서 중요한 건 팩트도 있지만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관점, 앵글이다. 그 부분을 AI는 그냥 ‘스트레이트’ 기사 수준에서 접근한다.

이정환=그럼에도 오늘 하루 종일 세션을 들으신 분들은 어떤 일말의 ‘절망’을 느끼셨을 것 같다. 알파고 이후 바둑 기사들이 느꼈던 것처럼 빠른 시일 내 인간 기자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특히 일정 품질 이하의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 업무 사이클을 가진 기자들은 AI와 경쟁해 변별력이 떨어지고 도태될 수도 있다.

김희원=언론의 본질이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자의 몫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건 AI를 통해 뉴스를 요약해서만 볼 경우 언론이 필요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생길 것 같다는 우려다. 언론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질 낮은 뉴스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언론사로서 시장에서 생존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그러면서도 저널리즘을 살리기 위해서 분투하는 건 결국 기자의 몫이다.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정환 대표. 사진=김용욱 기자
▲ 다섯 번째 세션 ‘AI 충격,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정환 대표. 사진=김용욱 기자

송해엽=가장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는 생성형AI가 기사를 다 보여주고 기존의 언론사들은 그저 기사를 공급해주는 통신사처럼 되리라는 시각이다. 저는 사실 그렇게 예측하진 않는다. ‘어젠다 세팅’ 얘기가 지겹지만 결국 기자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생성형AI가 논리적으로 보이는 논거를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가치 판단을 하는 건 기자다.

이정환=포털에 의존했던 뉴스 트래픽이 대부분 날라갔다. 클릭 없는 뉴스의 시대로 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많은 언론사들이 빅테크 기업들과 ‘뉴스사용료’ 협상을 하고 있는데, 포털이 사라지면 포털 역할은 누가 넘겨받을 것인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토론의 기본 소스가 뉴스였는데 그게 다 무너지진 않을까.

김재인=디지털 통신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언론은 시간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비슷한 운명이 됐을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뉴스, 저널리즘은 거기에 얹혀서 유통될 수밖에 없다. 뉴스 콘텐츠는 다른 여러 콘텐츠 중 하나다. 그걸 놓치면 안 된다. 언론사들의 경쟁자는 다른 언론사가 아니라 웹툰, 유튜브, 쇼츠 등이다. 공론장 형성 과정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이걸 점검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송해엽=기사를 읽으려고 하는 이용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수요는 얼마나 있는지, 그들은 누구인지 등의 고민들이 사실 언론사에게 거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사를 작성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읽는 방식과 논의하는 방식이 바뀐 거지 뉴스 자체를 보지 않는 건 아니다. 언론사 링크를 걸고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지 않나. 이전처럼 신문을 보고 피드백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뉴스를 보지 않는 건 아니다. 아직은 뉴스 제작 방식, 생산 과정이 이전 방식에 묶여 있지만 생성형AI가 도입되고 여러 방식과 구조들이 바뀔 거라는 건 분명하다. 기자들이 하는 일도 조금씩은 달라질 것이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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