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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 “AI가 가져올 두려운 미래, 막는 데 힘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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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발제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사진=김용욱 기자
▲ 4일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발제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사진=김용욱 기자

신간 출판을 앞두고 수개월 바둑계를 취재해 온 장강명 작가가 2016년 이후 알파고가 바둑계에 미친 영향을 바탕으로 문학계·언론계 등 인공지능(AI)가 가져올 미디어 산업 전반의 미래를 분석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창의적, 심미적 관점이 바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두려움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장강명 작가는 ‘AI 시대, 스토리텔러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올해 초까지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바둑기사 29명, 바둑 전문가 6명을 인터뷰했다. 인간의 깊은 사고력을 요구해 ‘예술’이라고 불린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앞선 첫 영역이 바둑계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장강명 작가는 창의성과 인간성이 AI로 무너질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장 작가는 “창의성이 뭔데. 인간성이 뭔데. 이렇게 물으면 사실 모른다는 게 맞는 답”이라며 “전문가들한테 물어보니 2016년 이세돌 9단과 둘 때 알파고가 창의적으로 둬서 놀랐다는 분들이 많다. AI가 못 쓰는 창의적인 글을 인간이 쓰면 된다고 할 때 약간 의심이 된다. 창의성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될 때가 오는 게 아닌가. 미디어 업계 전반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흔히 바둑에서 기사 개인의 ‘개성’으로 꼽히던 기풍의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다. 장강명 작가는 “알파고 이후 ‘AI 포석’이란 게 유행했다. 모든 기사들이 초반을 따라 두니 ‘기풍이 사라졌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또 ‘기풍이 안 사라졌다’ 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양쪽 얘기를 들어보면 기풍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창의성 정의가 달라진 것처럼 정의가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 4일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발제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사진=김용욱 기자
▲ 4일 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발제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사진=김용욱 기자

장 작가는 “뭐가 변하긴 했는데 뭐가 변했는지 얘기하기 어려웠다. 바둑 용어, 문학 용어가 다 비유다. 문장이 아름답다, 감동적이다 하는데 생각해보면 다 비유”라면서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술이 크게 방향을 튼 것처럼 문학의 개념도 분명 바뀔 것이다. AI가 스토리텔링을 하게 되면 문학도 스토리가 아닌, AI가 할 수 없는 다른 무엇이 예술이라고 방향을 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설을 쓰는 행위도 AI를 이용해 일반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 작가는 “요즘은 바둑을 중계할 때 AI를 옆에 켜놓고 ‘AI는 안 좋다고 하는 수를 뒀다’고 해설한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일종의 경마처럼 쉽게 비판하면서 본다. 이전에 갖던 존경심이 조금 사라졌다”며 “문학도 AI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결말을 바꿀 수 있다. ‘푹풍의 언덕’ 같은 문학을 ‘해피엔딩’으로 바꾸고 고전문학을 접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종의 생활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솔직한 결론을 말하면 사실 그런 일이 오지 않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좋은 스토리’라는 것이 무너지기 전에 그 전에 먼저 믿음을 가져야겠다, 좋은 스토리가 ‘이것’이라 생각하고 그걸 써야겠다는 게 요즘 저의 생각”이라며 “AI가 바꿀 미래를 무섭고 두렵게 하는 소설도 쓰고 논픽션도 쓰면서 그런 미래가 오지 않게 힘을 모으는 데 노력하고 싶다. 내년 초에 나오는 바둑계 논픽션도 그런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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