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국내 의약품 판매액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장기처방 환자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금액(판매액)은 2조60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4252억원) 대비 7.5% 늘었다. 올해 1월 이후 7개월 연속 성장세다.
올해 들어 국내 의약품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것은 의정갈등과 전염병 유행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대형병원 외래·수술이 최대 절반까지 떨어지며 제약시장 위축이 우려됐다. 하지만 진료 차질을 우려한 환자들이 장기처방을 받으면서 오히려 의약품 수요를 끌어 올렸다. 여기에 6월부터 전국으로 확산한 수족구병,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전염병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7월 의약품 판매액은 2022년 3월(2조7408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2022년 3월은 코로나19 유행이 최고조에 이른 달로, 당월 16일 일일 확진자 62만1266명과 사망자 429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치료제는 물론 백신 접종 등 의약품 수요까지 폭발, 역대 가장 많은 의약품이 판매됐다.
올해 7월은 의정갈등, 각종 전염병, 약가 인상 효과,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면서 판매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주요 제약사들이 파스와 소화제, 피임약 등 가격을 올렸는데, 장기처방 증가와 함께 미리 상비약을 사두려는 수요까지 겹쳐 의약품 판매액이 늘었다.
코로나19 감염이 2월 이후 주춤했으나 7월을 기점으로 여름철 유행이 시작된 영향도 있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91명에서 셋째 주 226명, 넷째 주 474명으로 급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 재유행은 치료제와 감기약 수요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의약품 수요는 당분간 지속돼 하반기 국내 의약품 시장 성장도 유지될 전망이다. 8월말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은 데다 정부의 치료제 공급, 예방접종 실시, 독감 등 계절 유행병 시작 등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주까지 26만2000명분의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현재까지 755만회분을 확보해 10월 중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저하자에게 접종한다. 코로나19와 독감 환자를 위한 감기약 역시 제조사들이 공장을 풀 가동해 공급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도 시장에 대량 공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정갈등 영향에 감염병 유행까지 겹치면서 의약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유행이 사그라드는 데다 의정갈등에 따른 고가 의약품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어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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