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의 압박 행보가 과도한 중복 규제로 이어져 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 보호와 문화예술로서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우선 적용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는 법무법인 화우가 2일 개최한 제4회 게임 대담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함에 따라 권한을 초과한 중복 규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2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게임물 제작·배급·제공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그 확률정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 또한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게임 내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게임사에 대해 잇따라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 교수는 “정보공개 의무화 이후 게임확률표시가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전상법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처분 등의 행정적 규제집행의 근거 법령은 게임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복 규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며 “게임법상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 시정명령의 불이행에 따른 형사처벌 등 조치는 게임법을 집행하는 부처가 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 발표 이후 이어진 대담회에서는 중복 규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김종일 화우 게임센터장은 “지금은 공정위와 문체부 간 중복규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20년 전에도 정보통신부와 문체부, 10년 전에는 여성가족부와 문체부 간 중복규제 논의가 산업을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 등을 역임한 정한근 화우 고문도 “게임 산업에서 발생하는 중복 규제는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규제 순응도를 저하시키는 문제를 낳는다”며 “부처 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중복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제2세션에는 이보현 화우 변호사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주요 게임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의 결과물이 가상자산의 개념에 포섭되기는 어렵다”며 “게임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규제의 외곽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양벌규정은 가상자산발행사를 관계사로 두고 있는 주요 게임사의 임직원에 적용될 여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감독국장을 역임한 김용태 화우 고문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얼개를 보면 현재 준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전반의 윤곽도 그려질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법 전반의 예상 구조를 유럽가상자산법(MICA)과 비교하면서 설명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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