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 속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한국 배터리 장착 신차를 앞세워 8월 실적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되레 늘렸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KG모빌리티는 포비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인천 화재를 계기로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신뢰도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발표한 지난달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전기승용차를 7월 대비 29.1% 증가한 3406대 판매했다. 기아도 전달 대비 12.7% 증가한 5677대를 판매했다.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올 들어 8월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반면 KG모빌리티의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다. ‘토레스EVX’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달 대비 51.5% 감소한 377대 팔렸다. 지난해 9월 출시한 토레스EVX는 정부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수요가 없었던 1월(27대) 이후 올 들어 가장 적게 팔렸다. 6월 출시한 코란도EV는 8월에 전달보다 5대가 감소한 1대만 팔렸다.
현대차·기아는 신차와 국산 배터리 장착으로 포비아를 버텨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의 ‘EV3’는 7월,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8월부터 인도가 시작된 신차이다 보니 관심도가 특히 높았다.
두 차량 모두 소형 전기차로 출시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 전체 판매의 42.2%(1439대), EV3는 기아 전기승용차 판매의 70.5%(4002대)를 차지했다. 또한 8월에 인도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KG모빌리티와 달리 인천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계약된 물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기차 포비아의 영향이 본격화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인도 대기 기간은 4∼5주가량이다.
반면 KG모빌리티는 전기차 포비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KG모빌리티 전기차를 계약한 고객들이 계약 후 차량 인도를 기다리다가 인천 전기차 화재를 본 뒤 계약을 대거 취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 BYD 제품인데, 이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의 경우 삼원계(NCM)보다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가 들어갔음에도 중국산이란 이유로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로 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기승용차 내수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 수입차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천 화재 사고 차량인 벤츠를 비롯해 다수의 수입차 업체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8월 실적 발표는 4일 나온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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