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PC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목적에 따른 PC 구성의 특징이 희미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평균적인 PC의 기능과 성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예전에는 문서 작업 정도만 생각했던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서도 사진과 영상 편집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제법 높은 성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춘 게이밍 노트북은 복잡한 영상 작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노트북은 원활한 작업을 위한 성능과 검증된 신뢰성 외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스펙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작업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복잡한 작업 과정의 편의를 높여 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입력 장치 등이다. 크리에이터의 편의성을 고려했는지에 따라 비슷한 하드웨어 구성일지라도 ‘게이머’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제품 콘셉트가 차별화된다.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특화된 노트북으로는 에이수스의 ‘프로아트(ProArt)’ 브랜드를 꼽을 수 있다. 프로아트 브랜드의 ‘프로아트 P16’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의 기술을 대거 차용해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또 다른 면으로는 ‘크리에이터’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와 입력 장치, 편의 기술들을 갖춘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성능과 편의성, 표현력을 모두 갖춘 완벽한 ‘작업 환경’을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의 매력일 것이다.
‘프로아트 P16’의 첫 인상은 ‘단순함’이다. 게이밍 노트북들과 비교하면 반사가 적은 어두운 톤의 ‘나노 블랙’ 색상부터 화려함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지며, 외관에서의 디자인적 기교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브랜드 로고 또한 하단 힌지 쪽에 다소 작게 새겨 놓은 점이 눈에 띈다. 제품의 외관은 알루미늄을 정밀하게 깎아 만들고 모서리 쪽은 프로용 카메라 디자인과 비슷한 수직 줄무늬를 넣어 고급감 속에 강인함과 전문적인 이미지를 표현한다.
제품을 펼쳤을 때는 제법 고급스러운 마감과 함께 전반적인 몰입감이 인상적이다. 멀티 터치와 전용 펜을 지원하는 16인치 스크린은 상판 대비 면적이 88%에 이르러 제법 훌륭한 몰입감을 준다. 하판 쪽에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숫자 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키보드 배열로 여유로운 공간을 지원한다. ‘다이얼패드(DialPad)’가 통합된 넓은 터치패드는 마우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제법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제법 큰 16인치 디스플레이에 최신 고성능 프로세서와 고성능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췄지만, 14.9mm의 제법 얇은 두께와 1.85kg의 비교적 가벼운 무게로 이동성까지 챙긴 것이 특징이다. 사실 에이수스에는 이와 아주 비슷한 콘셉트와 성능, 사양을 갖춘 ‘ROG 제피러스’ 제품군이 있고, 실제로 시스템 설계의 주요 특징들을 공유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ROG 제피러스’와 달리, ‘프로아트’는 디스플레이나 입력 장치 등에서 크리에이터의 작업 환경을 위한 특징으로 차별화했다.
에이수스 ‘프로아트 P16’에서 크리에이터를 위해 특화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디스플레이’다. 이 제품에 탑재된 16인치 디스플레이는 16:10 비율의 4K(3840×2400) OLED 패널로, 크기 대비로는 해상도가 다소 높다. 하지만 전문 크리에이터의 작업 환경으로는 뛰어난 표현력을 기대할 수 있다. 색상 표현력도 DCI-P3 100%를 충족시키고, 화면 내 색상 균일도도 ‘델타E 1 이내’로 뛰어나며, 팬톤 인증도 획득했다. HDR(High Dynamic Range)도 지원하며, ‘베사 디스플레이HDR 트루블랙 500’ 인증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뛰어나고 정확한 표현력을 갖춘 디스플레이는, sRGB 등 업계 표준 색상 프로파일로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주위의 밝기나 색 온도에 따라 최적의 설정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한편, ‘프로아트 P16’의 스크린은 멀티 터치와 전용 펜을 지원하며, 전용 펜의 경우 4096단계 필압 인식으로 제법 정밀한 작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스크린이 180도로 완전히 펼쳐지지 않는 구조라, 펜 위주의 드로잉 작업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터치패드에 마련된 ‘에이수스 다이얼패드(ASUS Dialpad)’다. 이 ‘다이얼패드’은 작업 중 편리하게 특정 설정이나 기능들을 쉽게 불러내 활용할 수 있다. 시스템의 화면 밝기, 소리 크기 조절 같은 기능에서부터 어도비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라이트룸 클래식 등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들에서도 주요 기능들을 다이얼패드로 불러내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다이얼패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휠 디바이스와도 호환되며, 터치패드 오른쪽 모서리를 쓸어내려 쉽게 켜고 끌 수도 있다.
충실한 사운드 또한 ‘프로아트 P16’의 매력이다. 프로아트 P16은 하만카돈(Harman Kardon) 인증을 받은 시스템에 트위터 2개, 우퍼 4개로 총 6개의 스피커를 탑재했으며,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도 지원한다. 또한 에이수스 특유의 스마트 앰프와 오디오 부스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스피커를 보호하면서 더 큰 출력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사운드 시스템 덕분에 별도의 스피커 없이 노트북에 내장된 스피커만으로도 인상적인 미디어 감상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제품의 측면에는 작업 편의를 위한 ‘표준’ 연결 포트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제품 왼쪽에는 풀 사이즈의 HDMI 2.1 포트와 USB4 타입-C 포트, USB 3.2 타입-A 포트가, 오른쪽에는 USB 3.2 Gen2 타입-C 포트와 타입-A 포트, 그리고 SD 익스프레스 7.0 카드 리더가 있다. 특히 외부에서의 작업에서 별도의 젠더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USB 타입-A 포트와 풀 사이즈의 SD 익스프레스 7.0 카드 리더를 갖춘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네트워크 연결은 ‘와이파이 7’ 지원 무선 연결이 기본이며, 유선 연결은 별도 어댑터 등을 활용해야 한다.
에이수스의 노트북은 제품군별로 특화된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이 있는데, ‘프로아트’ 제품군에서는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ProArt Creator Hub)’를 사용한다. 이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에서는 시스템의 하드웨어 상태와 함께 성능과 소음을 결정하는 ‘전력 설정’, 디스플레이의 색상을 조절, 관리하는 ‘색상 제어’,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는 그룹 설정을 제공하는 ‘워크 스마트’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앱에 접근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랜드’ 등 크리에이터의 시스템 활용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프로아트 P16에 탑재된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색상 제어’ 부분이다. 여기서는 사전에 설정된 프리셋으로 색상을 설정하거나, 사용자가 슬라이더 등을 사용해 직접 눈으로 보정할 수도 있고, 외부 하드웨어 색상 보정기와 함께 정확한 색상 설정도 할 수 있다. 한편, 현재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에서는 ‘X-Rite i1 디스플레이 프로’ 보정기를 지원한다. 이 외에도 스크린의 색상을 정확한 팬톤 디지털 색상 번호로 표시할 수 있는 ‘색상 분석 도구’도 흥미로운 기능이다.
에이수스가 제공하는 자체 소프트웨어들도 크리에이터들의 편의성을 제법 높여 준다. ‘스토리큐브(StoryCube)’는 AI 기술을 통해 사진이나 영상 등 디지털 자료들을 더 쉽고 편리하게 분류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며, 다양한 위치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다양한 위치로 보낼 수 있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한 하이라이트 비디오 생성이나 손쉽게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기능들도 제공한다. ‘뮤즈트리(MuseTree)’는 크리에이터의 ‘영감’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 키워드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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