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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오해가 불안 키워…현대차·기아가 알린 올바른 정보

IT조선 조회수  

현대자동차·기아가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확산되는 ‘전기차 공포증’과 관련해 일부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 불식시키기에 나섰다. 명확한 사실관계를 알리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29일 소방청 통계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 화재 비율이 비전기차(내연기관차)에 비해 30% 정도 낮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우려할 수준 아냐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한다. 2023년에는 4800건에 이르는 등 하루에 13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2023년 기준 비전기차가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8월 19일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8월 19일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된다. 

현대차·기아는 “이러한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훨씬 줄게 된다”며 “전기차가 더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오해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 내연기관 보다 어렵지 않아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로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만 맞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2023년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밝힌 바 있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 오해라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전기차 PE시스템.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PE시스템. / 현대자동차그룹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져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다만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하에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다.

이외에도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후반 이슈화돼 적절한 화재 진화 매뉴얼의 부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했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전망이다.

‘전기차 화재가 주변 더 큰 피해’는 잘못된 정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아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고 밝혔다.

가솔린차와 전기차 모두 높은 온도에서 불이 날 경우 환경에 따라 인접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전기차 화재가 유독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ℓ)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이에 따라 같은 용량이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게 된다.

소방관들이 8월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구, 성동소방서와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 훈련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질식소화 덮개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뉴스1
소방관들이 8월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구, 성동소방서와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 훈련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질식소화 덮개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뉴스1

중형급 승용의 경우 가솔린차는 50ℓ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된다.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 열량은 각각 1620메가줄, 288메가줄로 환산된다. 동일한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셈이다.

한국방재학회는 2021년 발행한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검증했다. 실험은 구형 레이 가솔린차와 전기차를 사용했으며 가솔린차는 폭발 위험에 대비해 3ℓ만 주유하고 전기차는 100% 완전 충전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16kWh의 조건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더욱 높게 올랐다. 두 차량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차이를 보였다.

지하주차장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가장 중요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올해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와 함께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되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해당 논문으로 확인됐.

올해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된 바 있다.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 과충전 의한 전기차 화재 ‘0건’

최근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SoC) 90% 이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배터리 충전량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해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상 100%가 실제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 /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 /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다. BMS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을 통해서도 추가 마진을 확보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 열량과 비례해 화재 규모나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수명이다”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주로 오해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 확산 막고 올바른 해법 추구해야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공포증을 해소하고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기) 극복하려면 잘못된 정보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을 덜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현대차 EV 에브리 케어·기아 e-라이프 패키지) ▲BMS 순간,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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