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소비자들은 싸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싸면서도 좋아야 지갑을 연다. 특히 요즘처럼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극심한 시기에는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20일 캐스퍼 일렉트릭을 타고 경기 고양시 파주시 일대 약 50km를 시승해 보며 살 만한 차인지 가늠해 봤다.
● 작지만 있을 것 다 있어
캐스퍼 일렉트릭을 마주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생각보다 넓네’였다. 경차로 출시된 내연기관차 캐스퍼 대비 덩치가 커졌다. 실내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바퀴 축간거리)가 2580mm로 내연기관차 캐스퍼 대비 180mm 커졌다. 성인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도 앞좌석까지 주먹 두세 개 길이만큼 여유가 있었다. 좌석을 트렁크 방향으로 젖히면 꽤 안락하기까지 했다. 다만 하부 배터리 때문에 차량 바닥이 살짝 높은 편이라 다리가 아주 편하단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주행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진동이 전혀 안 느껴진다고 할 순 없지만 요철이 많은 도로를 지날 때도 안정적이었다. 주행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스펜션에 신경을 쓴 덕이다. 더불어 시속 100km까지 치고 올라가는 가속도 소형차임에도 답답하지 않았다.
주행 중 느껴지는 단점을 굳이 꼽자면 소음이다. 현대차에서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진동에 따라 실내로 방사되는 소음을 줄였다지만 여전히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어느 정도 들렸다.
다른 전기차에 있는 기능은 웬만하면 다 적용됐다. 에코, 노멀, 스노, 스포츠 등 4가지 주행 모드가 있어 원하는 스타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차량이 알아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주행보조 기능, 차선 변경 시 옆 차로 상황을 카메라로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도 적용됐다. 차량 전기를 쓸 수 있는 ‘V2L’ 콘센트가 1열 바닥에 있어 마침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던 노트북을 차 안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던 것도 만족스러웠다.
●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 첫 적용
심지어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는 현대차·기아 차량 중 캐스퍼 일렉트릭에 가장 먼저 적용된 기술이다. 정차 차량 전후방 1m 이내 장애물이 있을 때 0.25초 이내에 가속 페달을 100% 밟으면 작동된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가 운전석에서 이른바 ‘풀악셀’을 밟자 미리 설치된 ‘공기 인형’을 향해 차가 한두 바퀴 굴러가다 멈춰 섰다. 동시에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리며 차량 계기판에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상태로 감지돼 보조 기능이 작동하는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페달을 헷갈리는 경우를 대비한 유용한 기능이라 느껴졌다.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사가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49kW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315km에 달한다. 공식 복합전비는 kWh당 5.6km이지만 실제 주행에선 이보다 높은 6.0km 내외로 찍히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사전 예약을 받은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달부터 고객에게 본격 인도된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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