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짓고 잇는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갑작스러운 미 연방기관의 환경 허가 재평가를 받게 됐다. 조지아주와 개발 담당자가 연방기관에 제출한 자료에 “공장 완공 시 운영에 하루 최대 660만 갤런(2500만 L)의 물을 써야 한다”는 정보가 누락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기관으로 미국 내 수역 및 습지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육군 공병대는 최근 HMGMA가 지역 상수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제 당국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의 민원에 따라 이 공장의 환경 허가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22년 10월 약 10조 원을 투자해 8000명을 고용하고,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르면 올 10월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공장 건설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현대차가 생산 라인을 완공하고도 자칫 연내 생산 시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대차는 이번 환경평가 재검토가 공장 가동 계획에 차질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대차 법인은 “미 육군 공병대의 요청에 조지아 당국이 적절한 시점에 관련 데이터(용수 공급 계획 등)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현대차는 지역 사회 수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과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 조지아주 주민 “현대차 공장으로 물 부족 심화”
AP통신 등에 따르면 육군 공병대는 23일 서한을 통해 “새 정보가 등장한 만큼 현대차 공장의 환경 허가를 재평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정부 등이 2022년 공장 건설을 신청할 때는 현대차가 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지하수에서 하루에 최대 660만 갤런을 뽑아낼 것이란 정보를 빠뜨렸는데 이것이 알려진 만큼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서배너모닝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올 6월부터 불거졌다. 조지아주는 HMGMA에 물 660만 갤런을 공급하기 위해 우물 4곳을 시추할 계획을 이때 공개했다. 현대차 공장이 예상보다 많은 수자원을 쓸 것임을 알게 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본격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현대차가 물을 끌어다 쓰면 인근 주민의 수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며 “주 정부와 현대차 모두 주민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지 환경단체도 “허가를 재평가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맞섰다. 결국 연방기관도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받아들인 것이다.
● 조지아주 “공장 건설 지연 가능성 낮아”
다만 조지아주 측은 지역 언론에 “이번 사태가 공장 건설 등을 지연시킬 가능성은 낮다”며 “허가는 여전히 유효하고 작업 중단이 요구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주 정부와 지역 경제단체가 ‘해외 투자 유치’에만 치중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제대로 처리 못 해 현대차가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일부 주 정부가 외국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온 것과 관련된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지아주가 미 대선 최대 경합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현대차는 HMGMA를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는 사기”라며 비판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선전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