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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가득한 중견 배우의 재도약, 푸조 40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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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뤽 베송의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 1998년 개봉한 ‘택시’ 시리즈는 특히 역사에 남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시원한 카 체이싱 장면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흰색의 푸조 406은 제2의 주연배우로 떠 오르며 프랑스 브랜드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푸조 408.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 허인학 기자

영화배우로 활약한 푸조 406은 프랑스 국민차 이미지를 넘어 화끈한 주행 감각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떠 올랐다. 영화 택시 시리즈에 이어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의 활동 역시 푸조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푸조 408 그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그릴. / 허인학 기자

그런 푸조가 스텔란티스 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하며 감각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얹으며 제2막을 열었다. 새로운 막을 연 건 408이었다. 408의 대담한 변화는 흥행 배우가 내공 쌓인 연기를 바탕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과 같은 셈이다. 406, 407에 이어 세 번째 변신을 한 408은 어떤 맛있는 연기를 보여줬을까? 

천의 얼굴, 세단·SUV·쿠페를 버무린 외모

푸조 408 정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정면. / 허인학 기자

영화 택시에서 활약했던 406은 푸조의 대표 세단이었다. 406은 시간이 흘러 407로 발전했고, 지금은 408이 되었다. 즉, 408은 푸조 세단의 명맥을 잇는 모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408은 세단의 느낌이 흐릿하다. 얼핏보면 세단이지만 전면 범퍼 하단과 휠 하우스, 후면 범퍼에 두른 플라스틱 클래딩은 SUV의 느낌을 전달한다. 마치 푸조의 라인업인 3008과 5008 사이에 있어야 할 법한 느낌이다. 

푸조 408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푸조는 작명 과정에서 4008에서 0을 하나 빼먹은 게 아닐까? 물론 아니다. 푸조는 칼로 자른 듯 영역을 나누는 것이 아닌 여러 장르를 하나로 아우르는 것을 선택했다. A필러를 따라 흐르는 루프 라인을 보고 있으면 쿠페가 떠 오르기도 한다. 애매한 디자인이라 꾸짖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408 하나로 세단과 SUV, 쿠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푸조 408 전면. / 허인학 기자

전체적인 인상은 상당히 날카롭다. 범퍼와 그릴, 헤드램프는 칼로 베어 놓은 듯한 형상으로 역동성을 강조한 모양새다. 특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주간주행등은 사자의 송곳니를 표현한 것으로 푸조만의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푸조 408 루프 라인.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루프 라인. / 허인학 기자

영락없는 세단의 느낌이 강했던 전면과 달리 후면으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은 패스트백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1485밀리미터(㎜)의 전고는 날렵한 이미지를 배가한다. 특히 디테일이 매력적이다. 1열 도어 쪽에는 사자 형상을 담은 엠블럼이 위치하고, 하단에는 굵은 캐릭터 라인을 통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휠은 마치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푸조 408 후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후면. / 허인학 기자

후면은 쿠페형 SUV를 닮았다. 루프 뒤쪽에는 ‘캣츠 이어’라는 독특한 형태의 스포일러와 트렁크 끝을 살짝 잡아당긴 디테일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테일램프에는 푸조의 아이덴티티인 사자가 할퀸 형태의 디테일이 담겨있다. 

디지털화를 통해 하이테크 이미지 더한 실내 

푸조 408 실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실내. / 허인학 기자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미래 지향적인 구성이 환대한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인체 공학적 구조의 최신 아이-콕핏(i-Cockpit)과 3D 클러스터, 중앙 터치스크린 등은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조한다. 시승차의 경우 GT 트림이라 미디어, 공조 장치, 내비게이션, 전화 등을 제어할 수 있는 i-토글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푸조 40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허인학 기자

전체적인 구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사용성이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면 애니메이션 효과가 펼쳐지는 데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은 편이다. 또 살짝 느린 반응도 사용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느린 반응에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더해져 한 가지 기능을 선택하려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애니메이션 효과 대신 반응성과 직관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으면 어떨까 싶다. 

푸조 408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은 3일 간의 시승 내내 풀지 못한 숙제도 안겨줬다. 바로 시트포지션이다. 계기판 탓이다. 시트의 형상, 착좌감, 나파 가죽이 주는 부드러운 질감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위아래가 잘린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에 계기판이 가려져 주행 정보를 얻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시트를 높여보고 스티어링 휠 위치도 조정해 봤지만 도통 최적의 시트포지션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계기판의 움직임도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푸조 408 센터페시아 조작부.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센터페시아 조작부. / 허인학 기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반응, 시트 포지션을 제외한 구성은 좋았다. 엠비언트 LED 라이팅은 8가지 컬러를 지원하고 클린 캐빈을 통해 차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도 있었다. 또 앞좌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푸조 408의 트렁크를 연 모습.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의 트렁크를 연 모습. / 허인학 기자

2790㎜의 휠베이스는 만족할 만한 공간을 선사했다. 2열 공간도 전혀 부족하지 않으며 패스트백 형태임에도 머리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36리터(ℓ)며 뒷좌석 폴딩 시 최대 1611ℓ까지 늘어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3개의 피스톤이 선사하는 프렌치 주행 감각

푸조 408의 휠.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의 휠. / 허인학 기자

엔진을 깨우자 408의 엔진음이 낯설게 다가왔다. ‘푸조=디젤’이라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었던 탓이다. 408은 디젤이 아닌 가솔린 심장을 품고 있다. 그것도 피스톤이 3개뿐인 1.2ℓ의 작디작은 엔진이다. 그렇다고 작은 심장을 무시할 순 없다. 작은 심장은 의외로 달리는 맛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ℓ푸조 408에 탑재된 1.2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 / 허인학 기자
ℓ푸조 408에 탑재된 1.2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 / 허인학 기자

푸조와 가솔린의 만남이 약간은 부자연스러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1.2ℓ 심장은 131마력을 쏟아내며 호쾌하게 속도를 높였다. 수치상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일상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속 130킬로미터(㎞) 전후의 중·고속 영영까지 꽤 빠르게 도달했다. 1750rpm부터 23.5킬로그램미터(㎏·m)의 최대토크가 발휘된 덕분이다.

효율성은 다운사이징 엔진이 주는 선물이다. 408의 공식 연료 효율성은 복합 연비를 기준으로 ℓ당 12.9㎞다. 서두르지 않고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다룬다면 그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푸조 408 측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측면. / 허인학 기자

주행 모드를 바꾸고 매뉴얼 모드를 선택하자 8단 자동변속기는 낮은 기어로 바꿔 물었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가상 사운드까지 흘려보냈다.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는 사자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운전하는 맛이 살아난다. 다만, 시속 150㎞를 넘어서면 배기량의 한계에 도달한다. 속도계 숫자는 세월아 네월아 올라가고 심장은 턱 밑까지 숨이 찬 듯 움직인다.  

푸조 408의 변속 토글 스위치.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의 변속 토글 스위치. / 허인학 기자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시원하게 달리고 있을 때는 불만이 없다. 고단으로 넘어갈수록 꽤 부드러운 변속감이 느껴진다. 다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움직임이 탐탁지 않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 후 다시 정차할 때 1단 기어가 맞물리는 과정에서 ‘쿵’하는 충격이 느껴진 까닭이다.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꽤 많은 횟수로 변속 충격이 전달됐다. 

푸조 408의 휠. / 허인학 기자
푸조 408의 휠. / 허인학 기자

서스펜션의 느낌은 매우 인상적이다. EPM2(Efficient Modular Platform) V3 플랫폼을 받드는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후륜 토션빔 구조다. 일반적으로 토션빔 구조를 적용했을 때 승차감이 약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408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탄탄한 느낌으로 차체를 꽉 움켜쥐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불규칙한 노면, 과속 방지턱 등을 대하는 자세가 훌륭하다. 

푸조 408 후측면. / 허인학 기자
푸조 408 후측면. / 허인학 기자

3일 간의 시승을 마친 후 408이 준 감각에 대해 고민했다. 프렌치 감각으로 완성한 세단, SUV, 쿠페의 조화, 다운사이징 심장의 주행 감각은 2막을 연 푸조의 흥행을 이끌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인포테인먼트의 사용성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406에서 시작해 407, 그리고 408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푸조의 세단은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프렌치 감성에 스며들게 할 것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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