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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기업화로 체질 개선…“허위매물 이제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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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매물, 미끼 상품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던 중고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 센터. / 현대차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 센터. / 현대차

현재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제조사는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기아, KGM다. 또 롯데렌탈도 올해 4분기 B2C 중고차 시장의 진출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성장 잠재력을 내다본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경우 지난해 판매액 기준 38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거래된 중고차 수는 255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신차 거래량인 176만대의 1.5배 수준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신차 대비 중고차 시장 규모가 2~4배 수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기업형 중고차 사업자인 케이카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케이카는 지난해 총 14만2978대의 중고차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시장 기준 5.6%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 역시 성장세를 기록했다. 케이카는 올해 상반기 7% 성장했으며 반기 기준 역대 최고인 유효시장(사업자 거래 대수) 점유율 12.3%를 달성하기도 했다. 

중고차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차. / 현대차

하지만 높은 성장 잠재력과 달리 시장의 환경은 좋지 못했다. 과거 중고차 시장은 각종 사기 수법이 판을 치는 무법천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를 속이는 일은 부지기수였고 미끼 매물, 허위 매물로 손님을 끌어들여 비싼 가격대의 매물로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협박을 일삼기도 했고 소비자가 납치를 당하는 사고가 벌어지는 등 도를 넘은 행태가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총 9376건에 달했다. 이중 차량 성능 및 상태 불량이 4614건(49.2%), 사고 이력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가 1034건(11%)였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 중고차 시장은 각종 사기 수법으로 인해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 상태였다”며 “중고차 시장의 기업화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투명한 중고차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 센터 전경. / 현대차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 센터 전경. / 현대차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제조사 및 기업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성능을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 제도다. 지난해 10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연식 8년, 주행거리 12만킬로미터(㎞)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서비스는 자체 품질 인증 프로세스를 거쳐 상품화 작업이 진행된다. 인증 프로세스는 ▲입고 점검 ▲정밀 진단(차량 선별) ▲판금·도장 등의 품질 개선 ▲최종 점검 ▲품질 인증 ▲출고 점검 ▲세차 등 총 7단계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27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해 인증 중고차 상품화 작업을 진행한다. / 현대차
현대차는 27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해 인증 중고차 상품화 작업을 진행한다. / 현대차

특히 입고 점검 이후 진행되는 정밀 진단은 외관과 실내는 물론 주행 성능, 엔진룸, 타이어 등 27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스마트 진단 장비를 통해 진단한다. 

기아 역시 높은 품질의 중고차를 제공하기 위해 9단계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아의 인증 중고차는 ▲상품화센터 입고 검수 ▲교환·판금·도장·복원 ▲기능 수리 ▲소모품 교환 ▲상품화 검수 ▲인증 검수 ▲프로텍션 패키지 작업 ▲유리막 코팅 ▲출고 검수 등의 단계를 거쳐 상품화 작업이 진행된다. 

KG 모빌리티는 5년 10만 ㎞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하고 총 7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상품화 작업을 진행한다. / 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는 5년 10만 ㎞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하고 총 7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상품화 작업을 진행한다. / 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며 믿을 수 있는 중고차 제공에 나섰다. KG 모빌리티는 지난 5월 처음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서울모터리움에 첫 번째 오프라인 전시장을 열었다. 

KG 모빌리티는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한다. 매입된 차량은 ▲입고 검사 ▲정밀 진단 ▲성능 개선 ▲외관 개선 ▲상품화 점검 ▲출고 검사 등 총 7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상품화 작업이 진행된다. 또 국내 최대 수준인 280여개 항목 진단검사를 거치며 점검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아울러 중고차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책임 환불제’도 도입했다. 이는 KG 모빌리티의 인증 중고차를 구매한 후 불만족 시 3일 이내에 환불해 주는 제도다. 

케이카의 ‘내차사기 홈서비스’. / 케이카
케이카의 ‘내차사기 홈서비스’. / 케이카

케이카 역시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고차 업계 최초로 100% 온라인 구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울러 온라인 구매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3일 책임 환불제도 도입했는데, 이는 구매 후 3일간 운행하며 불만족할 경우 위약금 없이 차량 대금을 100% 환불해 주는 서비스다.  

케이카는 환불 정책에 대한 호응이 높자 내차사기 홈서비스에만 적용되던 환불 정책을 2021년부터 오프라인 전국 직영점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케이카 워런티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 ▲이커머스 전용 매장 오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며 중고차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소규모 중고차 매매 사업자 종사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매매업 종사자는 2019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종사자는 3만3376명으로 2019년 대비 1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의 높아진 수준에 맞춘 품질 및 사후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형 중고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소규모 중고차 매매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종사자로 인해 낮아진 중고차 시장의 인식은 정부의 위법행위 단속 정책과 기업화 등으로 인해 한층 투명한 시장으로 거듭나고 신차 못지않은 높은 품질의 중고차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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