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여전히 아이코닉하고 여전히 날렵하고 여전히 즐거운 ‘비싼 펀카’
GOOD
– 한번 반하면 출구 없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운 주행 감각
BAD
– 4,810만 원..?
– 구형 플랫폼..?
Competitor
-폭스바겐 골프 GTI : 핫해치의 아이콘, 조금 더 빠르고, 크고, 비쌈
-아반떼 N :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수동 변속기도 있고 본격 서킷 주행도 가능
10년, 우리가 신형 미니를 맞이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 신형 미니는 과거 트림명이었던 쿠퍼(COOPER)를 차 이름으로 새기고 등장했다. 모든 부분이 새롭지만 여전히 한눈에 미니임을 알 수 있다. 미니만의 즐거운 주행 성능까지 고스란히 담겼을지 시승을 통해 알아보자.
Design.
신형 미니 쿠퍼 3도어는 ‘미니멀리즘’을 입었다. 한결 간결한 라인들로 매끈해진 차체는 요소요소 모두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채웠지만 여전히 미니스럽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높은 벨트라인, 반듯한 루프라인이 과거부터 이어온 미니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키는 덕분이다.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꼽자면 리어램프 디자인이다. 도트 디자인으로 감각으로 풀어낸 유니언잭 그래픽은 미니의 뿌리가 영국에 있음을 단숨에 알게 한다. 게다가 기분에 맞춰 클래식, 페이버드, JCW 세가지 그래픽으로 바꿀 수 있어 다양한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다.
실내 변화는 더 극적이다. 과거 클래식 미니의 인테리어를 기억하는 골수팬이라면 감동이 더 클 터. 말끔한 대시보드 가운데 달린 원형 OLED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가지런한 토글 스위치들은 모두 클래식 미니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요소다.
특히 원형 디스플레이는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해 미니만을 위해 제작한 OLED 패널이다. 즉각 반응하는 터치 감각과 선명한 화질 등을 통해 헤리티지와 첨단 느낌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직물로 덮었다. 서로 꼬인 실의 질감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거친 듯 따뜻함이 어린 그 위로 그라데이션까지 표현해 미니만의 개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도톰한 스티어링 휠 6시 방향 스포크에도 직물을 사용했다. 팽팽히 당긴 직물로 단단함을 구현한 게 독특하다.
실내 공간은 의외로 넉넉하다. 바짝 선 A 필러와 반듯하게 이어진 로프 라인으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를 처음 설계한 알렉 이시고니스 경의 철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성인 4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을 꾸린 것이다.
Performance.
국내에 출시한 미니 쿠퍼 3-도어는 모두 ‘S’뱃지를 붙이고 있다. 고성능 버전이 기본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과거 대비 12마력 오른 출력이다.
센터패시아로 자리를 옮긴 기어노브를 D로 옮기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적은 조작량으로도 차는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더 깊게 밟으면 그야말로 쏜살같이 속도를 높인다. 1,355kg의 무게를 이끌기에 200마력이 넘는 출력은 고성능 차에서 느낄 법한 충분한 펀치력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맞물린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감각도 무르익었다. 마치 토크컨버터의 감각과 거의 비슷해졌다. 정지 상태에서도 부드럽게 출발하고, 언덕에서도 뒤로 밀리는 일 없이 변속 감각은 매끈하다. 동시에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장점은 고스란히 챙겨 번개같이 빨리 다음 기어로 바꿔 문다.
다만, 수동 변속 모드로 들어서는 건 다소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L’ 상태의 변속 모드에서 레버를 20초간 아래로 누르고 있어야 수동 모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변속기 조작은 스티어링 휠 좌측 조그키를 통해 오르내릴 수 있다. 번거롭고 부자연스러운 수동 변속 조작 방식이다.
하체 감각은 여전히 단단하다. 미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당혹스럽게 느낄 수 있을 정도. 그러나 당혹스러움은 잠시, 미니를 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또한 단단한 서스펜션에서 비롯한다. 미니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다이내믹한 주행 감각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고-카트 필링’이라고 말하는 주행 감각을 만들어내는 비법이 여기에 있다.
노면을 있는 그대로 읽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곧장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며 바로 따라붙는 꽁무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날 것’에 가까운 차의 움직임을 구현한 게 미니가 3,875mm의 콤팩트한 차체에 양 끝으로 몰아붙인 바퀴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완성한 ‘고-카트 필링’이다.
크고 무거운 차가 유행하는 요즘, 전동화 물결에 무거운 배터리까지 얹어 더더욱 ‘날 것’의 운전 재미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신형 미니 쿠퍼 S는 진짜 운전 재미를 간직한 귀한 차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운전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도 많다. 같은 도로 위를 달려도 조금 더 재미있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미니 쿠퍼 S는 그런 이들을 위한 차다. 누군가는 도로 위에 허비할 시간을 스트레스를 풀어줄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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