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실내는 약 2주가 지난 시점인 14일까지도 검게 물들어있었다.
입장 전 분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KF94 마스크보다 한층 더 두꺼운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걸을 때마다 마스크 빈틈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차장 내 간이 설치된 조명을 통해 보이는 주차장 곳곳에서는 화마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한 파손된 수도관 등의 배관이 약 10개씩 묶여있는 채 쌓여있는 곳도 보였다.
불이 시작된 전기차가 세워져 있던 주차면 바로 옆 콘크리트 기둥 4개 면 중 1개 면 일부가 녹아 파였고, 바로 옆 소방 경보기 배전함은 모두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또 천장에 설치된 전기 배선은 열에 그을린 탓에 전선 피복이 모두 벗겨진 채로 노출돼 있었고, 복구 작업이 덜 된 듯한 수도관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나와 주차장 한 구역을 물웅덩이로 만들고 있었다.
“6개월은 걸릴 거예요” 화재로 빚어졌던 아파트 단전·단선 복구 작업을 담당하는 작업팀장 A 씨의 말이다.
A 씨는 이번 화재 열기로 인해 파손된 수도배관과 전기배선 복구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재와 함께 시작된 단수는 긴급 인력 투입으로 지난 13일 모두 해결됐지만, 아파트 전체 14개 동 중 2개 동에서는 아직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 못하는 단전이 이어지고 있다.
A 씨는 “지금 대부분 가구에 대한 단전·단수 복구 작업을 얼추 마무리됐지만 모두 ‘임시’로 조치를 마친 것이다”며 “‘완전’ 복구까지 끝내려면 못해도 6개월은 잡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구작업이 한창인 지하 주차장은 지하 1층과 2층을 포함해 총 2247대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다만, 화재로 인해 주차장 실내가 재로 뒤덮이거나 수도관이 깨지면서 흙과 물이 차는 등 현재는 사용이 불가한 상태다.
서구는 오는 17일 마무리를 목표로 1차 청소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주차구역 약 500면을 제외한 나머지 1700면만 개방할 계획이다.
이에 입주민들은 갑작스런 주차난으로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단지 일대 갓길에 차량을 세워둬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발생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한가운데 세워둔 차량으로 인해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가 하면, 좌회전 차선 포함 왕복 3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모두 주정차 차량으로 가득 차 중앙선을 침범하는 아슬아슬한 운행을 감행하고 있다.
30대 여성 인근 주민 B 씨는 “예기치 못한 피해로 주차할 곳이 없다고 해도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차를 세워놔 유모차 끄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보행자 통행 불편을 초래하는 주차 행태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구 관계자는 “피해 입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오는 25일까지를 단속 계도기간으로 지정했다”며 “다만, 최근 들어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도보 등 무리한 주차 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과태료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일 발생한 사고 수습 현황을 살핀 후, 입주민대표·관리소장 등 현장 관계자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상민 장관은 “피해 입주민들의 신속한 귀가가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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