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제일제당이 1년 8개월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14일부터 직거래를 재개했다. 그 배경에는 어느 한 쪽의 양보가 이뤄졌다기 보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때가 무르 익었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2022년 말 햇반 납품 단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이후 쿠팡 로켓배송에서는 국내 1위 식품사인 CJ제일제당 제품이 모두 빠지는 이례적 일이 발생했다. 초기만 해도 ‘양사에 모두 득 될 것이 없다’는 이유로 금방 봉합될 것으로 관측됐던 갈등은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업계에는 양사의 화해 신호가 포착되지 않았다.
양사는 2022년 말 이후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을 뿐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가, 올해 초부터 거래 재개를 위한 논의를 본격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들어 중국발 e커머스 국내 침공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을 낀 CJ제일제당은 자사몰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로도 판매채널을 넓혔다. 햇반 등 인기 브랜드를 다수 갖춘 CJ제일제당의 부재가 쿠팡엔 위기 요인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업계에선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직거래 재개가 극적으로 성사된 배경으로 ‘쿠팡이 CJ에 먼저 손을 내밀었을 것’이란 풀이를 내놓는다.
여기에 CJ제일제당도 지난해 햇반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4.3%에 그치며 ‘로켓배송 부재’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햇반을 비롯해 여러 제품의 내수 판매 실적 개선이 필요한 CJ제일제당은 국내 1위 e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내민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3월 20일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으로 전해졌다. 당시 강한승 쿠팡 대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를 초청해 나란히 경기를 같이 봤다.
손 회장은 당시 경기장을 찾아 강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에 당시에도 쿠팡과 CJ가 이를 계기로 화해 무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양측의 긴장감이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적극적인 MLB 경기 관람 초청으로 양사 경영진이 한 자리에서 모여 얼굴을 맞대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라며 “이후 구체적인 협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번 직거래 재개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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