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두 항공사의 자회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가 통합된 ‘공룡’ LCC의 등장이 사실상 확정된 데다 기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인수합병(M&A)를 암시하고 있다. LCC를 소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까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면서 LCC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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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라 출현하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연합이 LCC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연합 LCC는 지난 20년간 1위를 지켜온 제주항공을 거뜬히 넘어서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조 4785억 원, 승객수는 5144만 명의 규모다. 제주항공의 매출과 승객 수는 각각 1조 7240억 원, 1230만 명인데 이를 훌쩍 뛰어 넘는다.
업계에서는 분리돼 있던 LCC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 LCC와 제주항공, 최근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4개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티웨이항공의 경합이 유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LCC 업체의 등장은 단순히 순위 변동 뿐 아니라 기존 LCC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LCC 사이에도 인수합병 등 추가적인 연합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M&A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임직원에게 “PEF가 지분을 보유한 항공사는 언젠가 매각 대상이 된다”며 “M&A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PEF가 소유한 LCC의 지분 매각이 있으면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항공사는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PE),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등이다.
김 대표가 내부 직원들에게 M&A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현재 LCC를 소유한 PEF의 엑시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LCC를 소유한 PEF 대부분은 코로나19 당시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랐다. 올해부터 회수 시기가 시작될 뿐 아니라 여객 수요가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어 대다수 PEF는 엑시트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였던 JKL파트너스는 지난달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두 차례에 걸쳐 대명소노그룹에 전량 매각했다. 최대 주주인 예림당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29.74%)와의 격차는 2.97%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대명소노그룹이 경영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21년 8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확보했고 이듬해 21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에어프레미아도 PEF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CC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AP홀딩스와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약 65.6%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이 많아 단거리 노선 위주인 제주항공과 통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VIG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이스타항공도 매각 가능성이 있다. 소시어스PE가 주인인 에어인천은 화물전용 항공사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를 추진 중인 만큼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한편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연내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남은 단계는 미국 경쟁심사당국의 최종 승인이다. 미국 법무부(DOJ)가 특별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승인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정도로 까다롭진 않아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승인 절차는 늦어도 10월 중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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