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올해부터 자사 주력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인 ‘코프로모션(공동판매)’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전략이 이번 상반기부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영업망을 지닌 기업과 혁신신약 보유 기업 간의 연합전선 구축 등이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 평가를 받으며, 앞으로 제약업계에 공동판매 트렌드가 활발해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 제약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공동판매에 대한 성적표도 함께 공개됐다.
먼저 HK이노엔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4319억원의 매출과 41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 98.4% 증가했다.
보령은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892억원, 영업이익 3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4% 늘어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보령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전 부문이 성장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 기업이 올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지난해 말 체결한 공동판매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앞서 보령과 HK이노엔은 각각 자사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 신약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에 대해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카나브와 케이캡 모두 연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들로, K-신약을 대표하는 품목이다. 코프로모션 대상 품목은 케이캡정, 케이캡구강붕해정과 ▲카나브 ▲듀카로 ▲듀카브 ▲듀카브플러스 등 카나브 제품군 4종이다.
해당 제품들의 국내 매출은 2600억원 규모로,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업은 기존 제품 매출에 더해 추가적인 매출 달성을 노리고 있다.
현재 양사 모두 올해 매출 1조원 이상을 노리고 있는 만큼 국산 블록버스터 협업을 통한 외형 확장이 최종적인 기업 목표 달성에 주효하게 작용할지 여부도 관심 받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액 6221억원, 영업이익 8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8%, 영업익은 20.3% 늘어난 수치다.
대웅제약의 이번 호실적은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 등 3대 자체 개발 혁신신약이 성장하면서 비롯됐는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비중은 10.2%로 회사 분기 매출에서 처음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지난 1분기 당시 펙수클루 비중은 6.2%였다.
2분기 펙수클루 매출은 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나 성장했다. 펙수클루 성장 배경에는 이번 분기부터 종근당과 공동판매에 나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의 공동판매 연합을 구축한 바 있다.
해당 연합을 통해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의 ‘1품1조(1品1兆)’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했으며, 종근당은 지난해 HK이노엔과 진행하던 ‘케이캡’ 공동판매 종료에 따른 매출 하락 방어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R&D 비용 증가와 케이캡 이탈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을 겪었지만 펙수클루의 높은 성장세와 함께 하반기 이익 극대화를 노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나아가 종근당은 3분기부터 셀트리온제약 간질환 치료제 ‘고덱스’의 공동판매도 시작할 전망이라 실적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고덱스의 경우 분기 기준 60.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700억~8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업계 내 공동판매 효과가 속속 증명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유사한 전략을 통해 외연확장을 노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올해 동아에스티와 유유제약은 말초순환 개선제 ‘타나민정’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동제약과 한림제약은 점안액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안과 분야 일반의약품(OTC)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시장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자사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서로 교차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올해 공동판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에 추후 또 다른 연합전선이 구축될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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