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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이상 넘도록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데 이어 수입차 경쟁사인 BMW코리아도 동참하기로 했지만 벤츠는 여전히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화재가 난 전기차인 EQE 시리즈에 전부 문제가 된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거나 중국 벤츠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 국내에 유통됐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확산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자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알리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지만 벤츠는 “본사 방침에 따라 공급 업체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제네시스의 전기차 13종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기아도 이날 전기차 7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공개했다. BMW코리아 역시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벤츠가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자 업계와 전기차 커뮤니티에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산 벤츠의 국내 수입설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EQE 시리즈는 독일 브레멘과 중국 베이징에서 생산된다. 베이징 생산공장은 벤츠가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과 2005년 합작해 설립한 ‘베이징벤츠오토모티브(BBAC)’가 운영한다. 이 공장에선 2019년부터 EQE·EQA·EQB 등 순수 전기차 시리즈를 중국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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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벤츠 수입설에 불을 붙인 건 외신 보도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 EV는 지난 6일 “중국에서 생산되는 EQE 시리즈엔 파라시스 배터리가, 독일 생산 차량엔 CATL 배터리가 각각 탑재된다”며 “한국에서 불이 난 차량은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관 기준으로 벤츠의 수입 전기차 중 중국산은 단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벤츠의 비밀 주의가 이런 소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벤츠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할 경우 맞닥뜨릴 후폭풍을 염려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재 사고가 난 EQE 시리즈는 2022년 첫 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5416대가 팔렸다. 동일 차량인 350+모델로 좁혀도 2265대가 판매됐다. 벤츠 측은 국토부에 EQE 시리즈엔 CATL·파라시스 두 회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EQE 시리즈의 70% 이상이 파라시스 제품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판매 대수로는 3500~3800대 정도다.
국토부 관계자도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벤츠 측으로부터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가 3000여대라고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화재 조사 결과에서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기존 차량 구매자에게 리콜을 포함해 막대한 피해 보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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