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가 태국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근 전기차의 성장이 가팔라지고 있는 까닭이다. 태국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연간 40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태국의 전기차 시장은 매년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에 1056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21년 1935대로 늘었다. 전년 대비 83.2% 껑충 뛴 것이다. 2022년에는 무려 400.1% 성장한 9678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7만6366대가 팔리며 무려 7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태국 정부는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13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국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동남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남아 전기차 판매 중 55%가 태국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태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새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전기차 제조 허브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전기차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정책은 태국 현지에 전기차 혹은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업체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현지에서 생산되는 3분의 1을 친환경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태국 정부의 행보에 외국인 투자를 담당하는 태국투자위원회(BOI)는 “태국 정부가 나서서 전기차 보급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5년 동안 2000억바트(7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동남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태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나선다. 이는 동남아 전기차 허브를 선점해 전기차 판매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현지 법인인 ‘현대 모빌리티(타일랜드)’는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공장을 짓기 위해 10억바트(387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2026년 초 가동을 목표로 태국 방콕 남동쪽 인근에 전기차 조립 공장과 배터리 모듈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단독 투자는 아니다. 현대차는 현지 업체인 톤부리 오토모티브와 톤부리 에너지 스토리와 공동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태국 공장 건립은 태국 시장의 터줏대감인 일본 브랜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과 다름이 없다”며 “현대차는 이미 태국 시장에 진출한 토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의 일본 브랜드와 본격적인 점유율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태국 공장 건설을 통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30% 이상을 태국 내부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태국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먼저 내다본 것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다. BYD는 지난 2022년 처음 태국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지난 7월에는 방콕 남쪽 라용에 6770억원을 들여 연간 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준공을 마쳤고 생산을 시작했다.
BYD 외에도 창청을 비롯해 상하이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회사 아이온, 네타, 치루이 등의 중국 자동차 업체도 잇달아 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대부분은 태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거나 완공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BYD의 경우 올해 1~4월 기준 42%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1분기 태국에서 팔린 전기차 5대 중 4대가 중국 브랜드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점유율은 0.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를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물량 부족으로 인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생산 공장이 준공되면 점유율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브랜드가 태국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역시 태국 현지에 공장 설립 계획을 내비쳤다. 테슬라는 50억달러(6조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전기차 제조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내 공장 건립 계획을 철회했고 충전소 확충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은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와 현대차의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