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화재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충전기 대부분이 과충전을 자체적으로 막을 수 없는 완속충전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4만5435개 중 완속충전기는 24만1349개로 98.3%를 차지했다.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전체 5807개 충전기 중 70.5%인 4093개가 완속충전기로, 급속충전기 1714개의 3배를 넘는다. 이용자가 많은 교육문화시설도 완속충전기 비율이 80.6%에 달한다. 상업시설도 완속충전기가 71.0%를 차지한다.
급속충전기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돼 전기차 배터리 충전상태정보(SoC)를 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건네받아 충전기 자체적으로 과충전을 방지할 수 있다. 반면 완속충전기 대다수는 PLC 모뎀이 없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3월 올해부터 PLC 모뎀을 단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에 모뎀 가격에 상응하는 4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전기차와 충전기 간 통신기술 기준이 마련되고, PLC 모뎀 장착 완속충전기들도 속속 출시되면서 지난달부터 자체적으로 과충전을 방지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가 보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충전된 뒤 운행하지 않았더라도 방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충전기가 꽂힌 상태라면 차에서 충전기에 추가 충전을 요구하고 충전기가 이에 응하면 과충전이 일어날 수 있는데, PLC 모뎀이 장착된 충전기는 이런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전기차 BMS에도 과충전 방지기능이 있어 충전기에 PLC 모뎀이 없다고 꼭 과충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PLC 모뎀 장착 충전기가 과충전 ‘이중 방지장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 보급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BMS 데이터를 지금보다 더 공개·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기차와 충전시설 화재 예방 조처를 서둘러 마련해야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차 보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PLC 모뎀이 장착된 충전기로 배터리 충전상태 정보뿐 아니라 충전 시 온도나 배터리 내구수명(SoH) 등도 수집해 제조사와 차 소유자 등에 제공하는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통합관리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12일에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