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등 소비자 불안감 해소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전기차 13종에 탑재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이어 배터리 이상 징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화재 위험에 더 적극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하면 현대차 전기차에는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제품을 장착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출시 당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소비자 문의 시에도 제조사를 밝힌다. 다만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쇄도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아도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서 밝힐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는 것과 관련, 고객 우려 불식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등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배터리 과충전을 화재 원인으로 보고 있는 만큼 배터리 이상 징후 모니터링 시스템과 과전압 진단 등의 기능으로 과충전에 따른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올해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아이오닉9 등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안전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수입차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들은 오는 13일 국토교통부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에서 배터리 정보 공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공유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인천 벤츠 화재 이후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수입차 업체에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대한 입장을 사전 타진했다. 이번 회의는 업체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수입차 업체들은 제조사가 아닌 판매 자회사로 본사와의 협의가 필수인 만큼 현대차·기아와 같은 빠른 대응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사는 원래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본사 입장이라 공개 여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본사에 전달했고, 한국법인 자체적으로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024년 정부청사 전기차 충전기 확충 사업’ 내용을 변경해 지하에 설치가 예정됐던 전기차 충전기 일부를 지상으로 옮길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완충이나 지하 주차장 충전을 제한하는 것은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차량 소프트웨어에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실내 여부를 파악하고, 실내 충전 목표량을 90%로 제한하는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도 차량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충전량을 50%에서 100%까지 조절할 수 있고 전기차 소유주가 희망할 경우 90% 충전량을 디폴트(기본값)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차량과 연동된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충전 제한을 설정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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