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점차 보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140여 대 차량의 손해보험사들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대비해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까다롭기 때문에 피해 보상 주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와 관련해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350’ 모델의 차량 주인은 대물 대상 5억 원 한도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머지 차주들이 가입한 보험사가 먼저 배상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을 통해 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특약은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 등을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일단 피해 차량에 대해 보상하고 추후 조사를 통해 배상책임자가 나오면 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조사결과 화재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이라고 밝혀진다면 벤츠코리아 측이 보험사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아직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나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도 법인에서 가입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엔 보험사 간 소송전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 조사를 통해서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폭주로 인해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흔적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2023년 기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60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은 47건으로 29.4%에 달한다. 내연기관 차량은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화재(2만2238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이 전체 12.3%(2746건)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비율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2배가 넘는 것이다.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소 상태에서는 남아 있는 게 많지 않아 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연기관 차량은 화재 원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 보급이 본격화된 전기차는 축적된 자료가 적어 화재 조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나 주차장 시설 관리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울 때 일단 시설 관리자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 충전기 등의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보상 관련 법안들이 빨리 통과돼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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