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후회할 일 없는 볼보 플래그십 SUV
GOOD
– 5년이 지나도 잘 생김이 묻어난다
– 중고차 세계 최강 감가 방어력
BAD
– 신차도 중고차 같고 중고차도 신차 같고
– XC90 중에는 선택지가 적다
Competitor
– BMW X5 : 빠릿한 핸들링과 출력 리스폰스는 볼보가 넘볼 수 없는 영역
– 아우디 Q7 : 더 크고 웅장하지만 가격은 겸손
2016년 처음 등장한 볼보 XC90은 등장과 동시에 볼보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XC90이 보여준 파격적인 디자인은 차 자체의 인기는 물론 볼보 브랜드 전체를 프리미엄 브랜드 문턱까지 끌어올렸다. 이 차를 디자인한 토마스 잉엔라트는 폭스바겐 시절과는 달리 단숨에 스타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판매량은 치솟았으며 S90이나 V90도에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플래그십 XC90은 맏이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셈이다.
이 상태로 8년이 흘렀다.
XC90의 시계는 2016년에 멈춰 있다. 기존 가솔린 T와 디젤 D 라인업은 배터리를 확장한 B 라인업으로 재편하고 PEHV처럼 세미 전동화 모델까지 선보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편의장비로 참신함을 내세웠지만 XC90 여전히 그대로다.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클래식한 음계는 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터. XC90은 아직도 판매량이 가장 높은 SUV인데다 플래그십 SUV로서 위용이 굳건하다.
토르의 망치 LED 주간주행등과 반사식과 주사식의 헤드램프도 여전하다. 측면에서만 크롬 장식에 ‘인스크립션’ 레터링이 빠졌고, 휠 디자인을 조금 개선했다. 리어램프 역시 볼보 아이덴티티를 담은 폭포수 형태의 LED 타입 램프도 첫 선을 보인 이후 그대로 유지한다.
실내 역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볼보의 전매특허인 오프로스 크리스탈제 기어봉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안락함과 공간감이 넘치는 실내 구성은 누구라도 반하게 만든다. 여기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대시보드 구성. 손에 꽉 차는 스티어링 그립도 확실히 볼보의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계기판 그래픽은 다소 심심하지만 시인성은 확실하다. 계기판 서체도 이전 세대 볼보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것으로 볼보 자체의 심볼이 됐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T맵과 손을 잡고 공동개발한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은 수입차 업계에선 그야말로 군계일학. 지금이야 평범한 것으로 치부하더라도 몇 해전만 해도 파격적인 형태로 주목받으며 여러 수입차 업체들이 팔을 걷어 부치도록 만들었었다.
뒷좌석도 여유롭다. 팔공간과 머리공간 그리고 발공간이 모두 대형 SUV라는 차급에 걸맞는 공간감을 발휘한다. 여기에 XC90 B6는 선쉐이드도 마련되어 있어 프라이버시도 지켜준다. 아울러 뒷좌석에서 맞이하는 선루프의 공간감은 개방감도 탁월하다.
XC90 B6, 단단한 차돌처럼 박차고 나가는 맛
XC90 B6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총 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이다. 볼보 XC90 B6는 공차중량만 2.1톤에 이르는 육중한 덩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토크가 초반에 터져 나오는데다 출력이 높아 속도를 더할 때 스트레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21인치 타이어는 편평비 275mm에 달하는 데다 네바퀴에 모두 출력을 전달할 수 있다. 시승을 위해 나선 왕복 200km의 여정 이후 그려낸 복합연비는 9.3km/L로 공인연비인 9.1km/L를 상회한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운전석은 꽤 높은 편이다. 평균키인 나로선 시야가 넓어지니 운전에 자신감도 생긴다. 페달감은 부드러운 편. 가솔린 SUV의 전형적인 나지막한 진동과 소음이 운전하는 내내 즐거운 감각으로 전해져 온다. 둔덕이나 다소 험난한 산길에서도 큰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는데다 넓은 실내와 어울린 개방감은 고급SUV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급격한 코너에 차를 공격적으로 밀어 넣어봐도 생각보다 더 그립의 한계가 높다. 과감하게 속도를 끌어올려도 마찬가지. 제동력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 있게 차체를 몰아 세운다. 유럽식 자동차의 기본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격한 주행보다는 여유롭게 주행하는 편이 훨씬 차급에 어울린 방식이었다.
키가 큰 SUV의 둔한 운동성능을 우려했다면 타이트하게 조여진 핸들링이 기대 이상으로 다가온다. 프리미엄급 SUV와 비교하자면 아우디 Q7과 BMW X5의 중간형태로 느껴졌다. 여기에 시트의 착좌감이 기대이상이다. 특별히 버킷 타입으로 도드라진 형태는 아니지만 장시간의 운전에도 요추부위 피로가 덜하고 격하게 차를 움직여도 엉덩이가 시트를 빗겨가는 비중이 적었다.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엄지 척!을 아끼지 않아도 될 포인트. 재즈 클럽 모드는 음장감이 생각보다 뛰어난데다 현악기 재생에 있어선 발군이다. 대시보드 중앙에 트위터는 대사와 현의 고음 부분 해석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경쟁차에선 느껴보지 못한 구성이다. 음원을 다양하게 입력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더라도 XC90 B6 트림에선 반드시 선택 포인트로 추천하고 싶었다.
볼보 XC90은 현 시점에서 구매하더라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모델이다. 패밀리 SUV라는 덕목에 이처럼 부합하는 차가 흔하지 않을 터. 서비스 네트워크도 수입차 브랜드에서 손꼽히는데다 고장율도 낮은 편이다. 심지어 중고차 감가 방어력 측면에서 볼보 XC90은 일명 ‘업자들이 선호하는’ 매물일 정도로 출중하다. 볼보 XC90이 참신한 맛은 떨어진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차는 보수적인 선택에 더 부합하는 자동차다.
볼보는 XC90의 후속으로 전동화 모델인 EX90을 낙점했다. 현존하는 XC90은 이런 의미에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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