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업계 상장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 성숙도가 올라가고 수익 모델까지 갖춤에 따라 도약 발판으로 기업공개(IPO)를 선택했다. AI 분야 투자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의료AI 업체들과 명확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이센, 뉴로핏, 메디컬에이아이, 딥바이오, 메디픽셀, 에이아이트릭스, 메디웨일 등 의료AI 솔루션 업체들은 이르면 내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기술성평가를 준비 중이다.
이 업체들은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해 AI가 소화기질환, 뇌질환, 심혈관질환, 전립선암 등 진단과 예측을 보조하는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들은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매년 1~2개 의료AI 업체가 상장을 추진했지만 10개에 가까운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준비에 착수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대거 상장 추진에 나선 것은 시장과 사업 환경을 고려한 결과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의료AI 시장 투자 역시 얼어붙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의료AI 분야 투자를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AI 분야 국내 벤처 투자금은 26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7%나 늘었다. AI 기업으로 돈이 몰리면서 의료AI 기업 역시 상장 흥행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대부분이 창업 10년 가까이 되면서 후속 투자 유치보다는 IPO를 통한 대규모 자본 유치가 필요한 상황도 한몫했다.
딥바이오(2015년), 뉴로핏·메디웨일(2016년), 메디픽셀(2017년), 웨이센(2019년) 등 대부분 상장 추진 업체들은 2015년 이후 ‘의료AI 붐’을 타고 창업했다. 10년 가까이 연구개발(R&D) 끝에 올 초부터 수익창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대규모 자본 유치 필요성이 커졌다.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2015년 이후 의료AI 기업 창업이 활발했는데, 초기 투자펀드가 3~5년 이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IPO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대부분 기업의 매출이 발생함에 따라 영업·마케팅, 해외진출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자본 유치 방안으로 상장을 검토한다”고 분석했다.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 과정에서 기술보다는 상업화 부분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과 상장 후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과제다.
국내 의료AI 업체 중에선 2019년 제이엘케이를 시작으로 뷰노(2021년), 루닛·딥노이드(2022년), 코어라인소프트·파로스아이바이오(2023년) 등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뷰노, 루닛 정도만 상장 후 자금 유치에 따른 연구개발(R&D) 투자,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을 뿐이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료AI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며 “거래소나 투자사도 기술력을 넘어 수익창출 근거 확보에 집중하면서 IPO 관문을 통과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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