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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500만 원 받는데… 보고서는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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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스카이라이프 상암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 KT스카이라이프 상암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KT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연 2억 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선임한 자문역이 부실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역은 매달 스카이라이프에 자문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지난 5월 자문역으로 임명된 양춘식 전 대표이사가 작성한 보고서 대부분은 인터넷 기사와 공공기관이 발표한 보고서를 짜깁기한 것이다.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안긴 양춘식 전 대표이사를 자문역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5월 양춘식 전 대표이사를 비상근 자문역으로 선임했다. 양 전 대표이사는 스카이라이프 창립 멤버이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KT 상무직을 맡았다. 이후 스카이라이프로 돌아와 경영서비스본부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3월 임기 1년의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초대 홍보수석인 최영범씨가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내정되자 지난 1월 임기를 남겨두고 사임했다. 이후 그는 케이뱅크 CFO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선임이 무산됐다. 이후 자문역으로 임명되면서 ‘보은 인사’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양춘식 전 대표이사가 받는 자문료는 한 달에 1500만 원, 1년 기준으로 1억9000만 원이 넘는다. 양 전 대표이사는 자문역으로 맡으며 스카이라이프 유관부서·이해관계자 관리, 사업자 동향 등 정보수집, 고객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다.

월 1500만 원 받는 자문역이 제출한 보고서는 ‘콘진원 자료 인용’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양춘식 전 대표이사 자문보고서를 확인하면, 과거 언론 기사나 공공기관 보고서를 짜깁기한 것이 상당 부분이었고 분량도 보고서라고 하기엔 매우 짧은 글이다. 양 전 대표이사는 매달 자문결과 보고서를 제출해 스카이라이프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자문의 결과를 회사에 보고하는 것으로, 자문역의 주요 업무다.

양춘식 전 대표이사가 매달 스카이라이프에 제출한 보고서는 원고지 3~4매 수준에 불과했다. 글자 수로는 400~600자 정도이며, A4 용지 한 장에 불과했다. 사실관계가 틀린 대목도 있다. 지난 5월 자문결과 보고서에서 양 전 대표이사는 “미국 코드커팅 : 5대 유료TV 사업자는 23년 한 해에만 391.3만 가입자 이탈, 유료방송 점유율 58% 감소”라고 했다. 확인 결과 이는 언론보도 등을 인용한 것이며, 이탈 시점은 지난해가 아닌 2022년이다.

이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확인 없이 인용한 결과로 보인다. 언론사 매드타임스는 지난해 2월 기사에서 유료TV 가입자가 391만3000명 이탈했다는 것은 2022년에 발생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정책기자단 기자가 지난해 7월 방통위 블로그에서 이 데이터를 ‘올해’(2023) 데이터로 소개하는 글을 작성했다. 양 전 대표이사가 인용한 글은 방통위 블로그로 추정된다. 실제 양 전 대표이사 보고서에는 유료방송 시장 현황을 소개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프가 2개 있는데, 이는 방통위 블로그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6월 보고서 일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양춘식 전 대표이사는 콘진원 자료를 인용하면서 “블로그 콘텐츠 작성, 배경음악 창작 등에 AI를 사용하는 크리에이터 증가”, “네이버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AI 활용 인플루언서들의 창작물 생산 지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이는 콘진원 자료를 소개하는 언론보도에도 등장하는 문구다. 7월 보고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월28일 발표한 보고서를 요약한 것과 다름없다.

스카이라이프는 회사 임원으로 근무한 이와 자문역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문역은 경영 현안에 대한 자문·업무지원을 수행하는 일을 한다. 통상 스카이라이프는 대표이사를 지낸 이들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춘식 전 대표이사·김철수 전 대표이사가 현재 자문역을 맡고 있다. 자문역은 차량·유류비·사무실·건강검진·통신비·골프 회원권을 지원받는다. 스카이라이프는 양춘식 대표이사 체제인 지난 1월 자문역 계약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자문역이 역할 수행을 불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김소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자문역은 임원으로 퇴직한 사람들의 자리를 보전해주는 예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자문 역할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회사경영 현안에 대한 업무지원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게 맞다. 유료방송 시장이 위기인데 스카이라이프가 나아갈 길이나 미래 투자 방향 등 회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문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양춘식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진=KT스카이라이프
▲양춘식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진=KT스카이라이프

당기순손실 789억 원 기록한 대표이사와 자문계약한 스카이라이프

스카이라이프가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양춘식 전 대표이사와 자문역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양 전 대표이사 취임 뒤 스카이라이프 경영 상황은 악화됐다. 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2억 원이다. 최근 10년간 스카이라이프 영업이익이 5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은 789억에 달하는데, 같은 시기 스카이라이프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은 없다.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커머스 사업 실패, 유무선 망대가 협상·가입자 유지 등 KT와의 불공정 거래 때문에 경영악화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자문역 운영지침에 따르면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야기해 해임·사직되거나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인사는 자문역으로 임명될 수 없다. 김소리 지부장은 “양춘식 대표이사 재직 시절 회사에 막대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자문역으로 위촉되면 안 되는 건데, 어떻게 자문역으로 취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춘식 전 대표이사는 지난 1월 퇴직한 후 KT 자회사 케이뱅크 CFO로 내정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으나 실제 선임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스카이라이프 자문역으로 취임했다. 이에 양 대표이사의 선임에 KT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리 지부장은 “기본적으로 스카이라이프는 대주주인 KT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케이뱅크에서 직을 맡지 못한 이가 스카이라이프로 오게 됐다. 케이뱅크에서 스카이라이프로 다시 온 만큼,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인 KT의 압박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KT에도 양춘식 전 대표이사 자문역 선임 논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취재에 따르면 KT그룹의 준법경영 감시조직인 KT컴플라이언스위원회에 △양춘식 전 대표이사가 자문역을 맡는 게 적절한지 △양 전 대표이사의 자문 활동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신고가 들어갔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미디어오늘에 “자문역 운영 관련 내부 규정에 의해 (양춘식 전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다. 고문 계약 목적에 따라 자문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양춘식 전 대표이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표이사 재직 당시 상당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자문역 자리에 취임한 이유는 무엇인지 △자문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스카이라이프는 ‘낙하산 CEO’라는 수난사를 겪은 바 있다. 공기업이었던 KT가 2002년 민영화된 뒤 ‘주인 없는 기업’ 형태로 남아 있고,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에도 정권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은 서동구 전 대표가 왔으며,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캠프 방송특보를 맡은 이몽룡 전 대표가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인 이남기 전 대표가 선임됐다. 이후 KT 출신인 강국현·김철수 전 대표가 대표로 임명됐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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