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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제조에 배달도 척척…로봇이 일하는 성수동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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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마치 배민(배달의민족) 배달원 같은 역할을 하는거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빌딩 ‘팩토리얼 성수’ 내 카페 종업원이 익숙한 듯 로봇에게 음료를 건넸다. 이 종업원은 “로봇이 엘리베이터도 스스로 타서 주문자가 있는 사무실까지 배달한다”고 설명했다.

6일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에 위치한 에어드랍 카페의 한 종업원이 '달이' 로봇의 트레이에 주문된 음료를 놓고 있다. / 김홍찬 기자
6일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에 위치한 에어드랍 카페의 한 종업원이 ‘달이’ 로봇의 트레이에 주문된 음료를 놓고 있다. / 김홍찬 기자

이 로봇은 현대차·기아의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달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20일 팩토리얼 성수 입주사를 대상으로 달이를 활용한 음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팩토리얼 성수 내 입점 카페 ‘에어드롭 커피’ 종업원이 호출한 달이에 음료를 놓으면 “배달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달이가 사무실까지 배달한다. 전면 카메라에 현대차의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돼 음료를 받을 주문자를 인식할 수 있다. 배달 완료 후에는 지하 1층 충전기로 이동해 스스로 충전하기도 한다.

올해 2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해 팩토리얼 성수를 ‘테크 레디 빌딩’(Tech Ready Building)으로 만들었다. 현재 팩토리얼 성수 내에는  달이를 포함해 무인 커피 제조 로봇, 주차 로봇 등의 서비스 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 에어드랍 카페 옆에 위치한 심야 시간대 용 무인 커피 제조 로봇. / 김홍찬 기자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 에어드랍 카페 옆에 위치한 심야 시간대 용 무인 커피 제조 로봇. / 김홍찬 기자

팩토리얼 성수 외에도 성수동 일대는 로봇 열풍이 불고 있다. 성수동은 공유 오피스 공급이 많고 인적 자원을 얻기 유리해 2010년대 후반 들어 로봇 스타트업 유입이 늘었다. 서울시도 2023년 6월 ‘서울창업정책 2030’을 발표해 성수동에 창업지원시설인 ‘서울 유니콘 창업허브’를 조성해 로봇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수동 내에는 뉴로메카, 엔젤로보틱스, 엑스와이지, 베어로보틱스 등 10개 이상의 로봇 스타트업이 있다.

성수동 테스트 베드 삼은 로봇 신사업

성수동 일대는 외식 서비스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이 있어 로봇기업들이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한 서비스 로봇 산업을 시도하기에 적합했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가까워 로봇을 관리하기 용이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성수역 일대에는 뉴로메카의 ‘코코플래닛’, 로브로스의 ‘베러댄유어스’ 등 로봇기업이 운영하는 로봇 카페들이 있다.

6일 방문한 뉴로메카사의 로봇 카페인 코코플래닛에서 로봇이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내고 있다. / 김홍찬 기자
6일 방문한 뉴로메카사의 로봇 카페인 코코플래닛에서 로봇이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내고 있다. / 김홍찬 기자

이들은 성수동을 테스트 베드(사전 시험 장소)로 삼고 상용화를 위한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방문한 뉴로메카 사옥 1층에 위치한 코코플래닛에서는 자사 직원들이 자사 음료 제조 로봇 앞에 모여 데이터값을 점검하고 있었다. 코코플래닛은 현재 정식 오픈을 미루고 홍보보다 내부 직원들 상대로 사전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다수 개인 소비자들이 이용하도록 해 시장성을 확실히 검증하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현장에서 음료 제조 로봇을 점검하던 김태정 뉴로메카 매니저는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단계고 아직 로봇을 경계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요식 로봇 산업이 이를 포용하고 확산되기 위해 한 단계 뛰어 넘어야 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태수 엑스와이지 팀장은 “(음료 제조) 로봇 하나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업데이트를 해서 바꾸는 구조다”며 “2022년부터 엑스익스프레스 성수동 1호점에서 로봇을 바꿔가며 검증하고 고객 반응을 반영해 안정화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효율↑ 불확실성↓ 서비스 로봇 시장 확장 곧

아직 검증이 한창이지만 서비스 로봇 산업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산업협회가 2023년 발표한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용 로봇 2023년 연간 매출액은 9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외식 서비스 분야에서 로봇 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외식 서비스 로봇을 포함한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2021년 2720억달러(374조원)에서 2025년엔 3600억달러(49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 라운지에서 음료 배달 로봇 '달이' 2호기가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6일 팩토리얼 성수 지하 1층 라운지에서 음료 배달 로봇 ‘달이’ 2호기가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현대차는 로봇 서비스를 계속 확장할 방침이다. 이날 팩토리얼 성수 라운지에서는 현대차 관계자들이 달이 2호기 시범 운행에 한창이었다. 현장에 있던 현대차 관계자는 “달이를 총 3대 운영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1대만 운영 중이다”며 “1대는 테스트 중이다”고 설명했다. 팩토리얼 성수 지하 4층 주차장에 주차 로봇을 운영하는 현대위아 역시 올해 9월까지 전기차 충전 로봇도 추가할 계획이다.

서비스 로봇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업무 효율성 향상, 인건비 절감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성수동 내 로봇 기업들 역시 이러한 장점을 강조했다.

코코플래닛 매장 내 놓인 AI키오스크. / 김홍찬 기자
코코플래닛 매장 내 놓인 AI키오스크. / 김홍찬 기자

이날 방문한 코코플래닛에서는 인공지능(AI)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있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포장 하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말하자 옆에 위치한 로봇이 30초도 채 안돼서 커피를 만들어 내놨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정희진 씨는 “사람을 고용하면 갑자기 못 나오거나 아픈 경우가 생기는데 로봇은 그럴 스트레스가 없다”며 “한 명만 있어도 업무가 충분히 여유롭다”고 말했다.

엑스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엑스와이지 관계자는 “로봇 산업의 시장성이 큰 만큼 현대차 등 대기업 사옥을 중심으로 무인 로봇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며 “특히 로봇 도입은 인건비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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