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 북미 최대 이동통신 회사 버라이즌이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버라이즌은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인 티모바일, AT&T에 비해 5G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버라이즌, 내년 5G 투자 13조원 달할 듯
6일 업계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내년 5G 서비스 범위 확대를 위해 올해 대비 4.3% 늘어난 96억달러(약 13조291억원)의 설비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국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의 연간 설비투자(1조7400억원) 대비 7.5배에 달한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은 무선통신 인프라 확장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교육 서비스 등을 받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라이즌이 5G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경쟁사 대비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버라이즌의 5G 가용성은 7.7%로, 1위 티모바일(67.9%), 2위 AT&T(11.8%)에 밀려 3위에 그쳤다. 5G 가용성은 이동통신이 사용되는 장소에서 5G에 접속 가능한 시간의 비율을 뜻한다. 5G 가용성이 낮다는 것은 신호의 도달 범위가 좁아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버라이즌의 실적이 안정적인 만큼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올 2분기 버라이즌의 매출은 328억달러(약 45조114억원)로 전년 대비 0.6% 늘었고, 영업이익은 45억달러(약 6조1708억원)로 지난해 동기(46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 등 외신과 증권가는 지난 2분기 버라이즌의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 삼성 네트워크 사업, 버라이즌 수주 확대로 반등 노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를 버라이즌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올 6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뉴욕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회동하는 등 통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수주에 힘입어 세계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시장에서 8억3300만달러(약 1조1341억원)의 매출을 올려 1위를 기록했다. 2022년까지는 일본 후지쯔가 오픈랜 시장 선두였으나 1년 만에 판도가 바뀐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통신장비 사업을 맡고 있는 네트워크(NW)사업부는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NW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31.5% 줄어든 74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올 6월 NW사업부 국내 인력 40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하는 인력 조정안을 확정했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은 “버라이즌은 경쟁사 대비 5G 도달 범위가 좁은 만큼 네트워크 장비 투자 가능성이 높다”며 “5G망 투자가 진행되면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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