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주행 보조 기능 사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896건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28명, 2030명으로 집계됐다. 3년전인 2020년에 비해 사망자 수는 감소했지만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41.8%, 4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61.4%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은 전방 주시 태만, 운전 중 스마트폰 이용 등으로 운전자가 지켜야 할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특히 대부분 차량에 탑재되고 있는 운전자 보조 기능 중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ACC)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도로교통공단의 설명이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완전 자율주행에 앞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흔히 ‘반자율주행기능’이라 불린다. 대표적인 것이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차량에 장착된 센서와 레이더, 라이다 등을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운전자의 설정에 따라 차간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정차와 재출발 기능까지 더해져 주행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ane Keeping Assist System, LKAS)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능 중 하나다. 이는 운전자가 가볍게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을 경우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조향을 돕는 기능이다.
이 외에도 ▲전방 충돌 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 Warning, FCW)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Autonomous Emergency Braking, AEB)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BIind Spot Monitoring, BSM) ▲주차 보조 시스템(Parking Assist System, PAS) 등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해당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중 가장 이용 빈도가 높은 기능은 적응형 순항제어다.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편의성이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을 비롯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이기 때문에 이용 시 주의을 당부했다. 특히 비상 상황 발생 시 바른 대처를 위해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적응형 순항제어 등 주행 보조 시스템 이용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19건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는 적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7명에 달했다. 이 중 올해 발생한 사고는 8건이며, 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는 “운전자 보조 기능 이용 중 발생한 사고 건수는 전체 사고 대비 적은 수에 속하지만 기능 이용 시 휴대폰 이용, 영상 시청 등 전방 주시 부주의로 인해 사망자 수가 높은 편이다”며 “운전자 보조 기능 이용 시에도 반드시 스티어링휠을 파지하고 전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의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대부분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은 건조한 노면과 평지, 일반적인 중량을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눈, 비, 안개 등의 악천후 조건에서는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악천후 조건에서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전방 차량의 속도가 느리거나 정차한 경우나 공사, 사고 처리 등의 전방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추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속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주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적응형 순항제어 및 운전자 보조 기능은 안전 기능이 아닌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이기 때문에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도 운전자 보조 기능에 대해 ‘편리하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IHS는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닛산과 BMW의 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운전자 보조 기능이 실제로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IIHS의 연구에 따르면 차선 이탈 보조나 차선 중앙 정렬 등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도 충돌이 통계적으로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이 장착된 경우 후방 충돌 사고율이 49%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응형 순항제어 기능의 경우 사고율이 54%까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IIHS는 해당 기능은 안전을 위한 기능이 아닌 편의기능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제시카 키치노 IIHS 연구부문 부사장은 “주행 보조 기능은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와 규제기관은 이를 안전 기능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여러 보조 기능들이 오인된 안전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해당 기능 사용 시 운전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비드 하키 IIHS 대표는 “주행 보조 기능은 전동 창문이나 열선 시트와 같은 편의기능에 불과하다”며 “이를 안전기능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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