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슈퍼카 브랜드도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모터를 통해 기존과 다른 고성능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전동화 전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목표를 수립하고 그 첫 번째 단계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효율성을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쏟아내는 전기모터의 특성을 활용해 보다 강력한 힘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하이브리드 슈퍼카들이 1000마력을 웃도는 출력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사실 무게에 민감한 슈퍼카의 특성상 무거운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은 독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슈퍼카 브랜드들은 경량화와 신기술을 통해 무게를 상쇄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전기모터의 특성을 활용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완성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택했다. ‘슈퍼 커패시터’가 그것이다. 시안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슈퍼 커패시터는 일종의 콘덴서로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모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34킬로그램(㎏)의 슈퍼 커패시터는 ㎏당 1마력을 발휘한다. 이는 동일한 무계의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10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첫 번째 모델 레부엘토를 출시한 바 있다.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레부엘토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개발한 모델로 V12 자연흡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돼 1015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레부엘토는 최근 국내에서도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을 통과해 하반기 출고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첫 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우루스 SE도 선보였다. 우루스 SE는 기존 대비 배기가스 배출량을 80%가량 감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21년 대비 40% 감소시키기 위한 목표에 의한 움직임이다.
람보르기니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디레지오네 코르 타우리(황소자리의 심장을 향해)’라는 전동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전동화 1단계로 잡고 있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전환의 가교 역할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연기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신기술, 차세대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다”고 설명했다.
페라리 역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시작은 F50과 엔초의 계보를 잇는 라페라리다. 라페라리는 페라리 최초로 전기모터를 탑재한 슈퍼카다. 라페라리는 V12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하나로 묶어 시스템 총출력 963마력을 발휘했다.
페라리는 람보르기니의 레부엘토를 견제하기 위해 SF100이라는 SF90 후속 모델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은 SF90이다. 페라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해 파워트레인을 완성했다. V8 엔진은 780마력을 내고 3개의 전기모터는 220마력을 발휘한다. 시스템 총출력은 1000마력이다. 3개의 전기모터 중 2개는 전륜 액슬에 두고 나머지 하나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탑재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덕분에 25㎞까지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한 점 역시 특징이다.
V6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296 GTB도 있다. 페라리 최초로 가장 작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그렇다고 성능까지 작지는 않다. V6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손을 잡고 830마력의 힘으로 바퀴를 굴린다. 연료 효율성은 복합 기준 리터(ℓ)당 15.6㎏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지난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초의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P1을 공개하며 하이브리드 슈퍼카 대열에 합류했다. P1은 맥라렌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고성능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기록되고 있다.
V8 트윈터보 엔진과 경량 전기모터를 탑재한 P1은 당시 916마력을 발휘했다. 단순히 출력만 높은 것은 아니었다. 카본 모노코크 루프는 맥라렌 12C에 사용했던 모노셀 구조를 개선하고 클램셀 구조 적용, 윈드스크린과 유리 두깨를 각각 2.4밀리미터(mm), 3,2mm로 설계하는 등의 기술을 적용했다. 또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무게는 96㎏ 수준으로 줄였다. 건조중량이 1395㎏에 불과한 이유다.
이후 맥라렌은 P1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하이브리드 슈퍼카 아투라를 공개했다. 아투라는 3.0ℓ V6 트윈터보 엔진과 E-모터 및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600마력, 720뉴턴미터(Nm)에 달한다. E-모터는 변속기 벨 하우징에 탑재되며 기존 방사형 자속모터보다 작고 전력 밀도는 높은 축방향 자속모터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P1보다 33% 더 높은 전력 밀도를 발휘한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맥라렌 등 세계 슈퍼카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이며 새로운 고성능 슈퍼카 시대를 열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 하이브리드라는 계단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슈퍼카는 단순히 출력 싸움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브랜드들도 환경 규제와 배기가스 감축이라는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며 “전동화 전환 전 하이브리드 고성능 모델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고성능을 추구하는 모델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효율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 고성능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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