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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불씨 남은 ‘한미약품’ 오너일가…회사는 역대 최대 실적 눈앞

IT조선 조회수  

가족 간 합의로 분쟁을 끝낸 줄만 알았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오너일가의 각기 다른 주장이 대립하며 또 다시 분쟁 촉발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분쟁과 별개로 올해 회사는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일각에서는 오너일가가 전문경영인을 통해 얻어낸 성과에 확신을 갖고 추후 올해와 같은 분쟁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위 ‘쐐기’를 박는 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3자 연합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가운데 임종훈·종윤 형제측은 이에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 각 사
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3자 연합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가운데 임종훈·종윤 형제측은 이에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 각 사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구축한 연합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반면, 창업주 일가의 장·차남인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를 반대해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당초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7월초 극적인 합의를 통해 경영권 갈등을 일단락 시키는 듯 했으나, 형제의 입장차가 재확인되면서 분쟁이 완벽히 종료되지 않았음이 알려지게 됐다.

앞서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 경영진은 지난달 신 회장과 모녀 주식 444만4187주(지분 6.5%)를 1644억원에 매도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매매계약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모녀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의결권의 과반을 넘으면서 업계 내에서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대항하는 새로운 경영권 분쟁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송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남과 동시에 다음 세대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선언,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지배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가족간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송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타계 후 4년 동안 그룹 수장 자리를 지켜왔지만 분쟁해결을 위해 자신부터 내려와야 한다고 판단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신 회장·송영숙·임주현 모녀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청구된 안건은 2개다. 현재 정관상 최대 10명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을 추가 선임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해당 임시주총은 9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종훈 대표가 임시 주총 소집이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며 이들 연합을 비판하고 나섰다.

임종훈 대표는 임시주총 소집 청구 다음 날 기자들을 불러 “화합이라는 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따르라고만 하는 상황이라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주주들과 한미 직원들의 선택을 받은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을 지면서, 각 계열사와 부문별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뉴 한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형제측은 자신들도 주총을 통해 선별된 전문경영인과 동일한 지위를 얻어 회사를 이끌 수 있음에도 신 회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3자 연합이 형제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오너일가의 치열한 분쟁과 달리 한미약품은 올해 창사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보통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 기업의 미래 방향성도 흔들리게 되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압도적인 전문의약품(ETC) 실적과 더불어 뚜렷한 R&D 방향성 덕분에 이번 분쟁에 영향을 전혀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그룹 형제. / 임종윤 측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누적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7818억원(전년 동기 대비 11.1% 성장), 영업이익 1348억원(44.8% 성장), 순이익 1102억원(61.0% 성장)을 기록했다.

해당 성과는 견고한 국내 처방의약품 실적이 뒷받침했다. 실제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한미약품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 주력 품목들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뤄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의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2분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511억원을 달성했다. 고혈압 치료 복합제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 역시 3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2분기 별도 기준 578억원(기술료 수익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 987억원(전년 동기 대비 9.6% 성장)과 영업이익 252억원(15% 성장), 순이익 232억원(12% 성장)을 기록하며 한미약품 실적 성장을 견인 중이다.

업계 내에서는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리더십이 올해 한미약품을 호실적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미약품 대표이사·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올해 3월 사장으로 승진한 박재현 대표는 30년간 한미약품에 몸담으며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임을 받은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미약품을 이끌어야 기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 신 회장·송영숙·임주현 모녀 연합은 주총을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올해와 같은 오너일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형제 측은 기업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오너일가와 함께 전문경영인이 공존하는 형태로 한미약품은 성장해 왔기에 3자 연합의 행동은 단순 형제 측을 몰아내고자 하는 일방적 행위라 보고 있어 주총 전까지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오너 간 다툼이 있는 기업들은 실적이 잠시 휘청 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한미약품은 워낙 국내 제약 산업 중심 기업이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이고, 심지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될 정도로 순항 중이다”며 “다만 회사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려면 오너일가의 깨끗한 지분 구조가 뒷받침돼야 함으로 올해 안에 한미약품그룹은 해당 문제를 종결지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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