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국회에서 이뤄내지 못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22대 국회에서 정부·여당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제도권 진입을 마침내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반년간 지속된 보건의료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카드로 판단, 환자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를 노리고 있지만 야당은 의료체계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해 제한적 허용을 주장하고 있어 양측 간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국회 입법을 위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을 준비 중으로, 여당인 국민의힘과 함께 이번 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되다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시범사업 형식으로 전환됐다.
당시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 한해 방문 의료기관의 의사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게 제약을 걸어둔 탓에 다수의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이 사업을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의정갈등으로 시작된 의료대란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의 일환으로 약 배송을 제외한 무제한적인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비대면진료 법안은 지난해 12월 15일 시행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중심으로 구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령 제한 없이 모든 질환의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사용가능하게 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에 따른 환자 이용률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비대면진료 최대 플랫폼인 닥터나우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전면 허용한 이후 이달 15일까지 26만건의 진료 요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전인 지난해 12월 15일부터 한달간 2만2000건이었던 닥터나우의 진료 요청 건수는 전면 허용 첫 달인 2월 23일부터 한달간 두 배 넘게 증가해 4만6000건을 기록했다.
해당 요청 건수는 매달 늘어 6월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는 6만4000건의 진료 요청이 접수됐다. 전면 허용 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5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안정적 시행 방안은 ▲입법과 가이드라인 ▲의료마이데이터 등 규제특례 활용 품질 향상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기술 방안 연구 ▲국민 의견 수렴 등 크게 4가지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보건복지부와 비대면진료 심층 정책 연구를 추진, 11월과 12월 중 비대면진료의 안정적 시행을 주제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 국회에서 입법 발의될 비대면진료는 ‘약 배송 허용’이 담길지 여부가 주목된다. 조명희 국민의힘 전 의원이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약 배송을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긴 내용의 비대면진료 법안을 대표발의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전부터 진료는 비대면진료로 받아도 약을 받기위해 약국을 방문해야만 하는 상황을 두고 진정한 비대면진료가 아니라며 정부에 약 배송을 허용해 줄 것으로 거듭 요청한바 있다.
조명희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사법 개정 없이 약국 외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현행 약사법 장소 제한 규정(제50조 1항)을 건너뛰고 의료법을 통해 비대면진료 후 처방약을 약국 외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수령할 수 있게 수정하는 것이 골자다.
즉, 22대 국회에 출현할 입법안이 해당 비대면진료 방향과 유사한 내용으로 발의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비대면진료 방향상과 정부의 기조가 대치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의료 취약자에 대한 의료접근성 보장’ 원칙에 입각해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을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입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부터 민주당은 지나친 의료 산업화와 영리화 등을 우려해 비대면진료 규제를 주장해 왔으며, 무분별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정부여당이 비대면진료 전면허용에 근접한 법안을 내놓는다면 민주당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격오지 거주자, 장애인을 포함한 거동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에게만 허용되는 비대면진료 입법안으로 맞불 놓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아와 노인 등 일부 연령의 접근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나아가 민주당은 약국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표준화·개방화된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을 주장하고 있어 관련 환경이 구축되지 않는 한 약 배송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고대하고 있지만 올해 주요 포인트는 단순 입법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법제화될지 여부다”라며 “기술 산업 입장에서는 전면허용을 원하지만 ‘의료 생태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라는 보수적 입장도 상당부분 논의되고 있어 법제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