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빚은 큐텐·티몬·위메프 경영진이 처음 공개 석상에 섰지만 자금 흐름,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놨다.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셀러 분노만 키운 모양새다.
구영배 큐텐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30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했다. 미정산 사태 이후 3사 경영진이 모두 공개 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무위 의원들은 자금 흐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경영진은 자금 상황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구 대표는 “(자금 운용)그 부분에 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며 “지연 정산 규모나 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 또한 “티몬은 재무 조직이 없으며 재무 관리 업무는 큐텐테크놀로지에 용역 계약을 통해 위탁했다”며 “정산을 앞둔 6~7월 판매분 파악 또한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회피했다.
티몬·위메프는 현재 금감원과 구체적인 피해 금액에 대해 추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미정산금만 약 2100억원 규모로 6~7월 판매 대금이 더해지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대금이 미국 e커머스 계열사 ‘위시’ 인수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다. 구 대표는 “위시 인수에 투입된 현금은 400억원 정도로 일부 판매 대금이 포함됐다”며 “한 달 동안 유용한 뒤 티몬·위메프에 상환했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 그룹의 자금 흐름에 대해 불법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 주말 지나기 전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라며 “큐텐 측 가용자금이나 외부 유용 자금이 있는지 규모를 파악해 책임 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 대표에 따르면 큐텐 그룹이 사태 수습에 가용할 수 있는 돈은 800억원 남짓이다. 이또한 정산 자금으로는 곧바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구 대표는 보유 중인 큐텐 지분 38%를 모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큐텐 기업가치가 하락해 지분 가치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자금 문제가 심화되면서 큐텐 내 다른 계열사까지 사태가 확산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인터파크커머스, AK몰의 정산 지연 문제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구 대표는 상황을 복구하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회 시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제 예상보다 많이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모든 비판과 책임, 법적 처벌까지 당연히 받겠지만 일정 시간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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