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부품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나란히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비수기에도 선전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전략적으로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정통한 수장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며 관련 매출액,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원가절감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해 하반기에는 두 회사가 차지하는 애플 부품 비중이 더 커지면서 실적이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정철동 전 LG이노텍 사장을 수장에 앉혔다. 정철동 사장은 LG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애플 전문가다. 정 사장은 지난 40여 년간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의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업계에서 그를 B2B(기업간거래) 사업과 IT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갖춘 CEO로 평가된다. LG이노텍의 경우 그동안 정 사장이 닦아놓은 애플과의 원만환 관계를 바탕으로 카메라모듈 사업을 기존 스마트폰에서 차량용으로 대폭 확대해 나가면서 실적 개선을 주도 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출시될 ‘아이폰16′ 시리즈 출하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차지하는 아이폰 내 부품 점유율은 전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2분기 호실적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이 우상향 지표를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상승세는 올 하반기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출시될 아이폰16 시리즈 패널 생산량은 1억2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작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아이폰 물량 중 LG디스플레이가 4000만대 내외를 납품해 전체 점유율의 30%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전작인 아이폰15 출시 당시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점유율이 20% 안팎에 머물렀고, 양산 지연 이슈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년도에 비해 분위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초기 패널 공급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 들어 공급 프로세스를 안정화했다”고 설명했다.
경영효율을 위해 최근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 활동도 본격화하고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LCD 생산라인을 매각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 협력사인 야스, 아바텍, 우리이앤엘 지분을 잇달아 처분한 데 이어 4월에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토지를 관계사인 LG유플러스에 매각하기도 하는 등 ‘군살 빼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했다.
LG이노텍도 아이폰16 출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올해 2분기 매출 4조5553억원, 영업이익 15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6% 늘고, 영업이익은 726% 증가한 수치다. LG이노텍 매출의 80% 가량이 애플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LG이노텍의 매출은 상반기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 사장이 오랜 기간 닦아놓은 애플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한편 LG이노텍은 다른 사업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메라모듈 전문가인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이 정 사장에 이어 수장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 자리에서 “5년 내 전장사업 매출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키우겠다”고 밝히며 사업분야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출에서 87%를 애플에 의존해 왔던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차량용 디지털키 솔루션을 선보이는 등 전장용 부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데 이어 유리기판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판사업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이노텍은 기판소재 연구를 책임질 기판소재연구소 인력을 채용 중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과 생산운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 사업을 강화해 수익 기반 성장을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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