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수단을 위한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탄생시켰다.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만들어냈고, 칼 벤츠는 ‘말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니콜라우스 오토가 개발한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초의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태초의 자동차 탄생한 지 140년이 흐르면서 자동차는 ‘최고’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값비싼 사치품이자 소비재가 됐다. 고성능, 친환경, 럭셔리 플래그십이 바로 그것이다.
렉서스는 오래 전부터 ‘럭셔리 플래그십’에 집중해 왔다. ‘LS’를 시작으로 여러 시도를 통해 럭셔리 플래그십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진정한 장인정신, 렉서스만의 ‘오모테나시’(환대)’를 실현에 옮기고 있다. 그리고 지금, 기존의 틀을 깨고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새로운 플래그십, ‘LM 500h’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며 세단과 SUV에 국한되어 있던 플래그십 시장에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독창적인 품격, 렉서스만의 표현 방식으로 완성한 디자인
지난 2020년 1세대에 이어 3년 만에 변화를 거친 디 올 뉴 LM 500h는 렉서스만의 표현 방식으로 완성한 디자인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품격 있는 우아함(Dignified Elegance)’의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스핀들 보디를 적용해 심리스한 일체감을 높인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릴은 승객을 보호하는 듯한 방패처럼 느껴진다.
또 화살촉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이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 전체를 감싸고 흐르는 형태로 구성돼 차체와 그릴을 하나로 연결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LM 500h의 측면은 여느 다목적차량(MPV)와 달리 심심하지 않다. 툭 튀어나온 펜더를 비롯해 도어에는 후면으로 갈수록 점차 볼드해지는 캐릭터 라인을 더했다. 또 렉서스 특유의 플로팅 루프 디자인을 적용해 차별화를 더했다.
눈여겨 볼 점은 또 있다. 바로 2열 슬라이딩 도어 레일이다.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된 MPV의 경우 도어 레일이 차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M 500h는 3열 글라스 바로 밑 부분에 레일을 설치해 측면 디자인을 헤치지 않았다. 섬세한 장인정신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후면 역시 다른 MPV와 달리 심심하지 않다. 굵은 라인을 적용해 입체감을 표현한 덕분이다. 테일램프는 차체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구성했으며, 또 하나의 바 램프를 추가해 안정감을 높였다.
극강의 편안함, 퍼스트 클래스를 옮긴 실내
디 올 뉴 LM 500h의 실내는 완벽히 2열 탑승자를 위해 설계됐다. 운전석은 타즈나(Tazuna) 콘셉트를 적용했는데, 수평과 수직 중심의 스타일을 통해 간결하게 완성했다. 하지만 2열에 비해 고급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1열과 2열을 분리하는 격벽 탓에 시트 조절에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아쉽다.
또 인포테인먼트는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물리 버튼을 극도로 줄였는데, 드라이브 모드 등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이 존재하지 않아 다소 불편한 느낌이다.
1열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은 2열로 옮겨오면서 눈 녹듯 사라진다. 시승차는 4인승 로열 그레이드로 2열 승객에게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다. 이는 실내 곳곳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잡소리를 방지하기 위해 수직, 수평의 디자인 요소를 사용했으며 가죽 질감이 뛰어난 대형 독립 시트를 적용했다.
특히 2열 시트는 오직 승객을 극진하게 모시기 위해 구성됐다. 시트 암레스트에 자리한 멀티 오퍼레이션 패널은 탈착식 리모트 컨트롤 형태고, 시트와 공조, 조명, 선셰이드, 오디오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대 76.5도까지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정도로 시트가 움직인다. 아울러 총 7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릴랙세이션 모드를 통해 마사지 기능을 제공한다. 또 L-아닐린 소재를 렉서스 최초로 적용했다.
1열과 2열을 분리하는 격벽에는 48인치 울트라 와이드 스크린을 적용했다. 이 스크린은 32:9 비율로 싱글 및 듀얼 스크린 모드 등 다양한 화면 비율로 구성돼 업무 혹은 영화 감상 등이 가능하다. 아울러 격벽에는 여닫을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며 투명도 조절까지 가능해 완벽한 프라이빗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크린 밑 부분에는 냉장고를 적용했으며 승객의 탑승을 돕기 위한 어시스트 핸들도 적용됐다.
다만, 2열 슬라이딩 도어의 개구부의 크기가 약간 아쉽다. 2열 탑승자에 초점에 맞춰진 만큼 조금 더 넓게 열리도록 설정해 승하차 시 편의성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주행시 슬라이딩 도어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들리는 점 역시 아쉽다.
구름 위를 노니는 듯한 승차감, 부드러운 변속감 돋보여
디 올 뉴 LM 500h는 2.4리터(ℓ)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고 있다. 엔진과 후륜에 적용된 76킬로와트(kW) e-Axle 전기모터와 엔진이 내는 힘은 368마력. 최대토크는 46.9킬로그램미터(㎏·m)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와 전, 후륜 토크 배분이 100:0에서 20:80까지 조절 가능한 다이렉트4 AWD 시스템이 더해졌다.
두 유닛이 발휘하는 힘의 부족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2열에서 느껴지는 엔진 진동과 소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전기모터로만 바퀴를 굴리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변속기 역시 2열 승객을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기어를 바꿔 무는 점이 인상적이다.
오너 드리븐으로 LM 500h를 모는 느낌은 그럴싸하다. 높은 차체 탓에 거동이 불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꽤 안정적으로 차체를 움직였다. 속도를 줄이는 감각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였다. 페달이 살짝 무르게 설정되어 있었지만 제동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쇼퍼 드리븐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렉서스 최초로 쇽 업소버에 주파수 감응형 밸브를 더한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은 주행 모드에 따라 리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달리했다. 특히 리어 컴포트 모드에서는 노면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또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을 최대한 억제해 몸이 흔들리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디 올 뉴 LM 500h는 새로운 형태의 플래그십이다. 사실 그간 한국 시장의 플래그십 선택지는 폭이 좁았다. 세단이 대부분이었고 최근 들어서야 플래그십 SUV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디 올 뉴 LM 500h는 단출했던 플래그십 선택지를 넓히는 중요한 모델이다. 물론 판매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플래그십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원하는 이들에게 LM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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