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대규모 자본조달을 통해 항암신약 상업화에 속도를 낸다. 고형암에 이어 혈액암까지 적응증을 확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아바스틴’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최근 유상증자 납입 완료로 확보한 1031억원 규모 자본 중 절반 이상을 항암신약 ‘BAL0891’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물질은 신라젠이 2022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제(TTK)와 폴로-유사 키나제(PLK1)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제다. TTK와 PLK1은 암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인산화 효소로, 두 효소 모두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은 BAL0891이 유일하다.
신라젠은 미국과 한국에서 삼중음성유방암과 위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BAL0891 단독투여 임상을 마치고, 곧바로 다른 약물과 병용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병용 임상허가를 받아 각종 암종 표준치료법으로 쓰이는 파클리탁셀과 병용 임상이 대표적이다.
신라젠은 글로벌 빅파마의 면역항암제와 공동 임상도 준비 중이다. 실제 신라젠은 지난 6월 미국 바이오기업 큐리에이터의 PD-1 계열 면역항암제와 BAL0891 병용요법을 3D 종양 면역 미세환경 모델에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신라젠 ‘BAL0891’이 개발 초기지만 로슈 블록버스터 항암제 ‘아바스틴’ 전략을 쫓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바스틴은 2019년 미국 특허만료로 매출이 급락했지만 오랜 시간 글로벌 의약품 판매 1위를 기록한 최고 항암제였다. 아바스틴 성공비결은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약물과 병용처방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데다 이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꾸준히 확장한 게 주효했다. 신라젠 역시 BAL0891과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물과 병영투여에 초점을 맞추고 적응증 확대로 추진하는 만큼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라젠은 단순히 아바스틴 전략 답습을 넘어 새로운 성공사례를 남기겠다는 포부다. 아바스틴이 고형암 치료에 국한됐다면 신라젠 BAL0891은 혈액암 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BAL0891의 혈액암 적응증 확대에 따른 전임상 연구결과는 확보했으며, 국내 대형병원과 추가 임상시험까지 계획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BAL0891이 최초로 임상에 돌입할 때부터 제약업계서는 병용 약물이나 적응증 등 확장성을 주목했었다”면서 “신라젠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이유도 BAL0891이 향후 신라젠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확신한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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