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 판매 성장을 이끌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관세 인상안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가 유럽 28개국의 상반기 신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18.2%로, 전년 동기 대비 5.1%포인트 성장했다. 전체 판매량 17만여대 가운데 10만여대는 유럽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OEM) 차량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포함한 중국산 자동차의 유럽 판매량은 29만여대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2%로 집계됐다.
중국산 전기차 호조를 바탕으로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유럽 자동차 판매 대수는 68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볼보와 폴스타, 로터스 모회사인 지리그룹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52% 늘리며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르노그룹을 앞질렀다. 중국에서 새로 생산하는 볼보의 신형 전기차 EX30은 테슬라 모델 Y, 모델 3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에 이름을 올리며 판매를 견인했다.
지난해 유럽에 본격 진출한 BYD 역시 전년 동기보다 6배가까이 늘어난 1만7000여대의 전기차를 등록하며 선전했다.
펠리페 무뇨스 자토다이내믹스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판매량은 EU가 아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적용하지 않은 수치지만, 중국산이 유럽 자동차 판매 성장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중국산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현지 전기차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1월까지 4개월간 최고 47.6%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임시 발효했다. 이 기간 EU는 27개국 투표를 거쳐 향후 5년간 중국산에 대한 관세 인상 확정안을 의결한다.
확정 관세는 EU 전체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최소 15개국이 투표에서 찬성해야 한다. EU 내부에선 중국과 무역 갈등 심화와 보복 조처를 이유로 회원국 간 찬반 입장이 엇갈려 가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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