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배달 중개수수료 등은 안건으로 한 상생협의체와 함께 현장 조사, 서면 실태조사까지 시행하면서 배달 플랫폼에서 공정위발 규제 이슈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기업의 권한인 가격 결정 기능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초 배달앱-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수료 등 부담 완화 방안과 함께 수수료 등 투명성 제고 방안,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상생협의체에는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공익위원들이 참여한다. 공정위는 오는 10월까지 2주마다 상생협의체를 개최할 계획이다.
배달 플랫폼들은 공정위가 2주마다 상생협의체를 여는 것에 대해 배달 플랫폼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핵심 수익모델인 수수료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고 중개수수료가 2%에 불과한 신한은행의 땡겨요를 상생협의체에 참여시킨 것도 낮은 수수료를 압박하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상생협의체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기업마다 안을 내라는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상생협의체에서 10월까지 안을 내라고 하는 것과 함께 공익위원회가 중재하는 것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을 시작으로 23일까지 배달 플랫폼 3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 조사도 수행했다. 입점업체와의 거래관계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배달 플랫폼 3사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를 살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의 중개수수료 인상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커머스 관련 40개 업체에 대해 서면 실태조사도 시행하고 있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정책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사 항목에는 입점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실태, 세부 사업구조까지 포함돼 있어 업체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사업모델인 수수료 등 항목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회 등에서 참고자료로 노출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정위가 중개수수료를 규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상생을 이유로 배달 플랫폼을 압박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수료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인데 가격 결정은 개별 사업자 몫”이라면서 “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공정위가 공정거래라는 관점에서 상생을 바라보는 것에도 의문이 있다”면서 “상생을 넘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상생협의체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