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 3곳 중 1곳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상장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비상장기업 23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년 내 추진'(13.1%), ‘장기적 추진'(33.3%) 등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46.4%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 추진 기업의 36.2%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상장계획을 재검토'(34.5%) 또는 ‘철회'(1.7%)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비상장기업의 73.0%는 지금도 상장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주주소송 위험, 공시의무 부담 등을 꼽았다. 또한, 상법 개정 시 국내 비상장사들 67.9%는 지금보다 상장을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기업들은 비상장사들이 상장을 지금보다 더욱 꺼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및 배임 등 이사의 책임 가중'(70.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결정 지연(40.4%) △경영 보수화 우려(37.3%) △지배구조 등 분쟁 가능성 확대(28.0%) △이익상충시 주주이익에 기반한 의사결정 확대(24.2%) △추상적 규정으로 위법성 사전판단 어려움(16.1%) 등도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최근 상법과 달리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논의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상법·민법 등 민사법에 기반하고 있다”며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 해도 자본다수결 원칙과 법인 제도 등 우리 민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비상장사들도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충실의무 확대 시 이사의 책임 가중 및 경영보수화, 주주 간 이견 등을 우려하고 있었다”며 “특히 기업이 이런 문제로 상장을 꺼린다면 밸류업의 취지에 역행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충분히 감안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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