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급 브랜드 마이바흐가 서울 성수동에 나타났다. 벤츠코리아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세 번째 신차이자 첫 번째 전기차 모델 공개 장소로 성수동을 낙점한 것이다. 샤넬과 루이비통 등 고가 패션 브랜드처럼 호화 자동차 브랜드도 국내 젊은 세대가 몰리는 성수동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마이바흐가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고 부유한 ‘영앤리치(Young and rich)’ 공략을 꾀하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신차 공개 다음 날 저녁에는 ‘불금’에 맞춰 VIP 초청 파티도 열릴 예정이다. 포토월까지 설치한 걸 보면 연예인 등 유명인사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체스판으로 꾸민 행사장 모습도 인상적이다.
벤츠코리아는 25일 서울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XYZ서울에서 언론공개행사를 열고 마이바흐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 국내 공식 출시를 알렸다. 이와 함께 국내 45대 한정 수량만 판매되는 ‘마이바흐 나이트 시리즈(Night Series)’도 선보였다. 신차 고객 인도는 다음 달부터 이뤄진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이하 마이바흐) EQS SUV는 마이바흐 S클래스와 마이바흐 GLS에 이어 세 번째로 마이바흐 브랜드에 합류한 모델이다. 마이바흐 브랜드가 달린 첫 전기차로 기존 내연기관 모델 2종보다 미래 지향적인 모델로도 볼 수 있다. 첫 공개는 지난해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이뤄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EQS SUV를 기반으로 벤츠 최고급 서브 브랜드인 마이바흐 디자인 요소와 고급 편의사양을 더한 모델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출시 행사를 위해 독일 본사 임원도 성수동을 찾았다. 다니엘 레스코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글로벌 총괄은 “마이바흐 EQS SUV는 ‘좋은 것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브랜드 창립자 ‘칼 마이바흐(Karl Maybach)’의 철학이 반영된 모델”이라며 “전기차 시대의 마이바흐 브랜드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날 벤츠코리아는 한정판 모델인 ‘마이바흐 EQS680 SUV 나이트 시리즈’를 메인 모델로 선보였다. 국내에서 5대만 한정 판매되는 모델이다. 한 눈에 봐도 호화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일반 버전 EQS SUV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전면 그릴과 범퍼 디자인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릴에 붙어 있는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을 없애고 그릴에 세로 스트라이프 디자인을 더했다. 고급 맞춤 스트라이프 수트를 연상시킨다. 엠블럼은 보닛 끝 금속 장식으로 대체했다. 클래식 스타일이다. 일반 버전이 조금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고 마이바흐 모델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다. 벤츠 엠블럼이 붙지만 마이바흐 EQS680 SUV는 마이바흐 로고를 패턴으로 활용해 화려한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마이바흐를 상징하는 투톤 외장은 총 5가지를 유료옵션으로 제공한다. 나이트 시리즈는 블랙과 실버 조합 투톤 외장이 기본 적용되고 다크크롬과 로즈골드 컬러 디테일과 마이바흐 패턴 전용 휠, 헤링본 스타일 실내 장식, 펄 블랙 컬러 익스클루시브 나파가죽 시트, 다크브라운 월넛 우드 트림 등이 전용 사양으로 접목된다.
인테리어도 기본적으로 EQS SUV와 동일한 구성이지만 뒷좌석과 풀사이즈 콘솔, 나파가죽 소재 등을 통해 고급화했다. 다니엘 레스코우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글로벌 총괄은 “럭셔리카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수준 높은 안목을 고려해 마이바흐 EQS SUV의 고급 편의사양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나이트 시리즈는 4인승 모델이 기본이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마이바흐 전용 쿠션이 제공되고 좌석은 43.5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최고 수준 안락함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뒷좌석에 앉아 등받이를 기울이면 내리기 싫어질 정도다. 통풍과 마사지, 목과 어깨 온열 기능까지 마련했고 종아리 마사지 기능과 앞좌석 조수석 좌석을 조정해 뒷좌석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쇼퍼패키지도 적용됐다. 벤츠 측은 퍼스트클래스에 버금가는 사양이라고 했지만 사실 항공기 퍼스트클래스는 좌석을 180도로 펴서 누울 수 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급 소재 촉감과 감성은 항공기 퍼스트클래스를 압도한다.
4인승 모델을 선택하면 트렁크 내부 탈부착식 냉장고와 샴페인 잔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샴페인 잔 고정용 전용 컵홀더도 풀사이즈 뒷좌석 콘솔에 마련됐다. 엔터테인먼트 장치로는 11.6인치 풀H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7인치 MBUX 태블릿 등이 있다. 뒷좌석 탑승객이 직접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대형 헤파필터 공기청정패키지와 탑승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에어밸런스패키지, 공간음향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접목된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 차원 높은 탑승경험을 지원한다.
마이바흐 특유의 정숙한 주행경험도 기대할 수 있다. 이중접합유리와 단열재, 파노라믹 선루프 윈드 디플렉터, 하체 특수 어쿠스틱 폼 등을 적용해 소음과 진동 유입을 줄였다고 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 모터를 분리해 후륜구동으로만 주행할 수 있는 DCU(Disconnect Unit)는 주행 효율을 높여주면서 실내 소음 유입까지 잡아준다.
성능은 기존 메르세데스-AMG 53 버전 전기차(EQE53 4매틱+, EQS53 4매틱+, EQE53 4매틱+ SUV 등)와 동일하다. 최고출력 658마력(484kW), 최대토크 96.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4.4초다. 공차중량이 3000kg에 육박하는 무게를 감안하면 힘이 상당하다. 배터리는 일반 버전 EQS SUV와 공유한다. 중국 CATL이 공급한 삼원계 배터리 셀로 이뤄졌고 용량은 107.8kWh급으로 국내 판매되는 전기차 중 가장 크다.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국내 인정이 완료되지 않았다. 유럽 WLTP 기준으로는 최대 612km로 인증 받았다.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넉넉한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주행모드는 마이바흐 주행 프로그램이 기존 컴포트 주행모드를 대체한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승객의 편안함까지 고려한 마이바흐 전용 주행모드다. 전고를 최대 25mm 높일 수 있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과 최대 10도 조향이 가능한 리어액슬스티어링도 더해졌다.
성능과 제원 차별화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차체 크기와 휠베이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이 일반 버전과 다르지 않다. 마이바흐 모델인 만큼 일반 버전보다 휠베이스가 더 길고 최상위 모델을 의미하는 ‘680’이라는 숫자가 더해졌기 때문에 기존 AMG 53과 차별화 측면에서 아쉽다. 수익성 제고 차원 원가절감을 위한 구성이고 마이바흐가 별도 브랜드가 아닌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편성되면서 일반 버전과 공유하는 부품이 많아진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이바흐와 원가절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구매자 관점에서 장점도 있다. 마이바흐 EQS680 SUV 가격은 2억2500만 원이다. 5대 한정판인 나이트 시리즈는 2억5500만 원이다. ‘억’소리 나는 고가 모델이지만 내연기관 마이바흐 2종(마이바흐 S클래스, GLS)보다 낮게 책정된 가격이다. 성수동에서 젊은 세대에게 조금 더 익숙한 전기차를 앞세워 영앤리치 소비자 공략에 나서는 벤츠의 노림수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적합한 시기로 볼 수 있다”며 “업체들이 수요가 둔화한 만큼 가격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부 브랜드는 할인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마이바흐 모델의 경우 마이바흐 S클래스(S580, S680) 가격은 3억~3억8100만 원, 마이바흐 GLS(GLS600, GLS600 마누팍투어)는 2억7900만~3억1900만 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나이트 시리즈는 S클래스의 경우 S580을 기반으로 하고 가격은 3억3000만 원, GLS는 GLS600 마누팍투어 나이트 시리즈가 3억3000만 원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마이바흐가 2번째로 많이 판매된 시장”이라며 “럭셔리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취향과 수준도 우수해 브랜드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바흐 전기차는 전동화 시대에도 궁극의 럭셔리를 지향하는 브랜드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긴 모델”이라며 “마이바흐 만의 압도적인 럭셔리와 최상위 전기차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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