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의 모바일 게임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년 내내 양대 앱 마켓 통합 매출 순위 1위를 번갈아 차지하던 리니지 시리즈의 자리를 국내외 다른 게임사들이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26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양대 앱 마켓 1위를 지키던 리니지M이 최근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로드나인에 밀리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 1위는 로드나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는 리니지M이 차지하고 있다. 리니지M은 지난 12일 로드나인이 출시된 후 약 2주 간 양대 앱 마켓 1위 자리를 내줬다가 지난 2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 자리만 되찾았다.
로드나인은 7월 3주차 양대 앱 마켓 주간 매출 순위에서도 리니지M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리니지M이 로드나인에 무너진 것은 엔씨소프트에게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로드나인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마케팅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비정상적인 MMORPG의 비즈니스 모델(BM)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다. 리니지 시리즈가 과도한 과금 구조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로드나인은 리니지와 대척점에 있는 MMORPG이다.
다른 리니지 시리즈의 점유율 하락은 더 가파르다. 작년 6월만 해도 리니지M(1위), 리니지W(3위), 리니지2M(6위) 등 리니지 시리즈가 앱 마켓 월간 통합 매출 순위 10위권에 모두 들었지만, 지난달 월간 매출 상위 10위권에 든 리니지 시리즈는 리니지M(2위)이 유일하다. 리니지W는 11위, 리니지2M은 16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지난 2022년만 해도 월간 매출 순위 1위를 리니지W와 리니지M이 번갈아 차지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자리는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게임이 넘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업체가 개발한 캐주얼 게임 ‘버섯커 키우기’가, 4월엔 중국 ‘퍼스트펀’에서 개발한 실시간 전략 게임 ‘라스트워: 서바이벌’이 월간 통합 매출 1위를 기록했다. 5월에는 넷마블이 출시한 대형 역할수행게임(RPG)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가 1위 자리에 올랐고, 6월에는 라스트워가 다시 1위를 차지했다.
‘리니지 철옹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작년 4월 출시된 위메이드의 MMORPG ‘나이트크로우’ 등 리니지 시리즈와 장르가 비슷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매출 경쟁이 심화됐다. 더구나 캐주얼, 서브컬처(하위 문화) 등 중국 업체가 만든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국내에 진출해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싫증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점유율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용자수 측면에서 리니지 시리즈의 자리는 더 위태롭다. 지난달 양대 앱 마켓 월간 게임 이용자 수 순위에서 리니지M은 34위를 차지했다. 이마저도 전월(62위)와 비교해 28계단 올라간 수준이다. 리니지W와 리니지2M은 상위 200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만큼 리니지 시리즈가 두터운 고객층인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의 힘으로 매출 순위를 유지할 뿐,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가 선두를 차지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 2024′에서 중국 양대 게임사인 텐센트·넷이즈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게임사들이 수백종에 달하는 신작을 쏟아낼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습 역시 순차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도 하반기 대형 신작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이 7주년 업데이트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아직까지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지겨워진 이용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이 틈을 국내 뿐 아니라 중국 게임사들이 비집고 들어가면서 과거 굳건했던 ‘리니지 시리즈‘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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