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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AI 공동 사업에 암초”… MS 글로벌 대란에 난감해진 KT 김영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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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사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MS 본사에서 AI·클라우드 등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T
김영섭 KT 사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MS 본사에서 AI·클라우드 등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T

KT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지난달 파트너십을 맺은 가운데 이달 발생한 MS발 글로벌 IT 대란이 예상치 못한 암초로 떠올랐다.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김영섭 KT 사장은 외부 솔루션 도입으로 KT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공동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 KT클라우드 키웠는데 KT가 직접 클라우드 사업

KT는 지난달 3일(현지시각) MS와 AI·클라우드 등의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MS의 미국 워싱턴주 본사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양 사의 대표인 김영섭 사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KT는 당초 이번 협약으로 MS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활용해 MS와 AI·클라우드 연구개발 공동 프로젝트, 한국형 AI·클라우드·IT 서비스 개발,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AI·클라우드 인재 양성 등에 나설 예정이었다. KT가 MS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향후 5년 간 수조원대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KT 측은 “(KT그룹 계열사인) KT클라우드가 이미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잡고 있으나, 여러 포트폴리오 중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 역할에 있어 다양한 라인업을 가져가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면서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서 상호간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이를 통해 KT는 본격적인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KT 측은 이번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형 소버린 AI·클라우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독립·자주를 뜻하는 ‘소버린(sovereign)’은 자국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드는 개념이다. 데이터 관리 권한을 해외가 아닌 자국 내에서 갖는다는 의미다. 두 회사는 오는 9월까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상세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국형 소버린 AI·클라우드를 개발하기보다, KT가 MSP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MS, 아마존웹서비스(AWS), KT클라우드처럼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급하고, MSP는 CSP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고객사에 도입시켜준다. 원래는 KT클라우드가 KT그룹 내에서 MSP 사업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지난해 김 사장이 취임하면서 KT가 직접 MSP 시장에 발을 내딛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 김영섭, LG CNS 시절 MSP 전환 추진… 구현모 시절과 전략 바꿔

KT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구현모 대표 시절 클라우드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KT의 100% 자회사다. KT클라우드 측은 “KT에서 (MS와) 맺은 협약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KT클라우드를 자회사로 키우고 밀어주다가 CEO가 바뀌고 나서 외국 기업과 손을 잡으니, 클라우드 사업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KT DNA에는 없던 김영섭 사장 특유의 ‘외부 솔루션을 내 것으로 만들자’라는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김 사장은 과거 LG CNS CEO 시절 회사를 MSP로 전환시킨 경험이 있다. LG CNS는 2021년 MSP 사업 비중을 높이며 AWS, MS 등 해외 CSP와 협력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MSP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자체 CSP 사업은 축소했다. 통상 MSP는 여러 CSP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면 고객사 선호에 맞춰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한다. LG CNS는 한화생명, 엔씨소프트, 대한항공 등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국내 MSP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KT의 클라우드 사업은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공유 스토리지 서비스를 시작했고,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를 획득했다.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2022년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부를 별도로 분사, ‘KT클라우드’를 독립 법인으로 세웠다. 하지만 구 대표의 연임 실패 이후, 김영섭 사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전략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과거 KT 역사를 보면 새로운 CEO가 성과를 내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해왔다”면서 “이석채 회장 시절 아이폰 도입, 황창규 회장 시절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한 LG유플러스와의 협업, 구현모 대표 시절 현대차그룹과의 지분 스왑 등 외부에서 승부수를 찾았다”고 했다. 김영섭 사장이 추진하는 MS와의 파트너십도 이런 시도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MS발 글로벌 IT 대란이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떠올라 양 사 간의 공동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KT 입장에서 볼 때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따른 상위 중요 등급 위주로 MS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협력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MS가) 업무 중단을 막기 위한 이중화 장치 등 위기 방지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는 역설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는 AWS와 달리 MS는 폐쇄적으로 보안 관리를 하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인재(人災)’인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MS 내부에서도 사고 수습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KT와의 협력에도 지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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