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교차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 A 씨(68)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다음달 14일부터 급발진 의심 차량의 제조사가 결함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차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 1일 시청역에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 해당 사고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정밀 감식 결과, A 씨가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고,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어진 경찰의 3차 조사에서도 A 씨는 급발진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발진 사고는 차량 결함과 운전자 실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큰 문제이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급발진을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다.
제조사들은 차량의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EDR을 사용한다.
EDR은 충돌 전후의 속도 변화와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기록하여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EDR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작년 12월 강릉시 홍제동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가 그 예이다. 60대 여성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다 지하통로에 추락해,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동승했던 열두 살 손자는 사망했다.
유가족은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DR에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100% 밟았고, 브레이크는 밟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유가족은 운전자가 급발진 순간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렇게 급발진 사고가 난 경우 제조사들은 EDR 및 차량에 대한 정보를 피해자 측에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급발진 추정 사고 이후 피해자 측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곤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토교통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이 과태료 부과기준 8월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법령에 따라 차량이 운전자 의도와 다르게 작동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작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결함으로 추정된다.
기존에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함 추정을 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인명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결함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제조사와 법정 다툼을 하는 급발진 피해자들이 요구한 주장으로 앞으로 제조사와의 정보 비대칭성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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