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라클 모닝’이 유행한다고 한다. 미라클 모닝은 하루의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자기 계발을 하는 루틴을 뜻한다. 사실 사람들이 일상 루틴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정확한 일상 루틴은 오랫동안 학자들의 관심사였다.
최근 루틴에 대한 폭발적 관심 증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다. 이 현상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삶과 소비 트렌드는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루틴을 통한 안정’과 ‘다양성 추구를 통한 성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다. 이 두 가지 욕구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루틴에 대한 관심 증가는 단순히 시간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소득 증가와 여가 시간 확대로 인해 사람들은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해답을 체계적인 일상 관리에서 찾고 있다. 루틴은 현대인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는 마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닻과 같다. 닻이 있어야 배가 표류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박할 수 있는 것처럼, 루틴은 우리 삶의 닻 역할을 한다.
루틴 추구의 욕구는 소비 영역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구독 경제’의 폭발적 성장이다.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식재료부터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구독 서비스는 소비의 루틴화를 가능하게 한다. 매일 새벽 새로운 레시피와 함께 배달되는 밀키트 서비스는 아침 식사 준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식생활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정만을 원하지 않는다. 신선한 자극이 있는 즐거움도 동시에 원한다. 현대 소비자들은 루틴으로 확보한 안정감을 기반으로,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양한 경험과 활동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소비 행위’에서 ‘소비 경험’으로의 전반적 소비 흐름 변화를 이끌어냈다. 더 이상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적 가치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순환 소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았다. 사람들은 한 번 사용한 물건을 판매하고 새로운 것을 구매하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소비 체험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리고 즐거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캠핑 장비를 구매해 사용한 후 판매하고, 그 돈으로 서핑 장비를 구매하는 식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 충족은 물론, 경제적 이점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라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어 현대 소비자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
결국 현대인의 삶과 소비 트렌드는 ‘루틴’ ‘안정’ ‘소유’를 원하는 한 축과 ‘다양성’ ‘모험’ ‘경험’에 대한 욕구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정원 가꾸기와 같다. 루틴은 정원의 기본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고, 다양성 추구는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꽃을 심고 가꾸면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이다. 우리의 삶도 루틴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뤄질 때 가장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트렌드는 단순한 소비 행태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감과 새로운 경험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제공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개개인도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루틴을 통해 안정된 일상을 확보하되,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삶이란, 루틴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균형의 추구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심리적 안녕과 자아실현으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경제적 안정과 문화적 풍요로 이어질 수 있다.
루틴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 잡기는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안정과 성장, 편안함과 흥분이 공존하는 더욱 풍요로운 삶. 이는 단순한 개인의 행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
카페24 대표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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