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LG CNS의 상장이 실적 부진 등으로 또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 CNS의 올해 실적이 지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예상 기업가치는 5조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기대치(7조원)에 못 미치는 데다 포스코그룹의 IT서비스 기업인 포스코DX의 시가총액(약 4조796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LG CNS가 내년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한에 맞춰 IPO를 하려면 올 하반기에는 상장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2022년 주요국 금리 인상에 IPO 중단
25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 4월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논딜로드쇼(NDR)를 진행했다. NDR은 조 단위 대형 IPO를 앞둔 기업들이 대규모 공모를 유도하기 위해 진행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다. 업계에선 LG CNS의 IPO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LG CNS는 내년 4월 전까지 IPO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LG CNS의 지주사인 (주)LG는 2020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 PE본부에 LG CNS 지분 35%를 9500억원에 매각하면서 5년 내 IPO 추진 계획을 세웠다. 2022년에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IPO 시장에 한파가 불어 IPO 준비 작업을 중단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거래소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청구부터 상장까지는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LG CNS가 올 10월에는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투자자들의 엑시트 기한(내년 4월) 전에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LG CNS가 올해 상장을 추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IPO 시장 자체는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 변동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LG CNS는 지난해까지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다. 매출은 2021년 4조1431억원, 2022년 4조9696억원, 2023년 5조6053억원으로 우상향했다. 그런데 올 1분기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매출 1조704억원, 영업이익은 323억원으로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4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70% 급감한 127억원에 그쳤다. 1분기가 IT업계 비수기인 것을 고려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LG CNS의 한 직원은 “매년 상장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소문 뿐이었다. 언제 진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매출, 영업이익이 성장하는 수치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LG CNS의 영업비용 증가는 신규 프로젝트 진행으로 인한 일시적 비용 증가에 불과하다”며 “맥쿼리측은 시한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 CNS는 적정한 밸류를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경우 언제라도 IPO 작업을 시작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 기업가치 문제로 상장 시기 저울질
LG CNS가 IPO 시점을 저울질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가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LG CNS의 비교기업으로는 국내 IT서비스 업계 1위인 삼성SDS가 꼽히는데, 삼성SDS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7배 안팎이다. 작년 LG CNS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3324억원으로 같은 PER 배수를 적용하면 5조원대 중반에 그친다. 예상 기업가치(7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올 1분기를 포함해 최근 4개 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삼으면 기업가치는 5조원대 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낮출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5조원대 초반에 머문다면 포스코DX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스코DX는 연매출이 2021년 8693억원, 2022년 1조1527억원, 2023년 1조485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95억원, 2022년 647억원, 2023년 1106억원이었다.
LG CNS가 그동안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하며 맥쿼리PE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해왔기 때문에 상장 지연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상장을 하려는 이유는 맥쿼리PE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데 만족할 만한 기업가치를 받지 못하면 맥쿼리PE에도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LG CNS의 신용등급은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LG CNS는 지난 2009년 A+에서 AA-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이후 15년 동안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실적이 계속 개선돼 등급전망(아웃룩) 조정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최근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회사채 정기평가에서 LG CNS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LG CNS는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신사업을 강화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기존에 집중해온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등 솔루션 사업들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내부거래 비중 감축을 위해 AI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앞세워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으로 고객사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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