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부재’를 이유로 코스닥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 스타트업 업계에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제조’ 키워드를 내세운 AI 스타트업들의 코스닥 상장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마키나락스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청구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거래소 혁신기술기업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다.
비전 AI 기반 영상 인식 솔루션 기업 스트라드비젼 또한 지난 5월 한국거래소의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올해 9월~10월 중 KB증권을 주관사로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씨메스는 인공지능(AI)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며 현재 상장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씨메스 또한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 및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키나락스는 산업에 특화된 AI 개발 플랫폼 ‘런웨이(Runway)’를 개발했다. 최근 제조업에서도 AI 기반 자동화 공정을 위해 데이터 운영, 머신러닝 모델 운영, 거대언어모델(LLM) 운영 등을 위한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내세운 마키나락스는 제조 현장에 4000여개 AI 모델을 공급했다. 삼성, 한화, 현대, GS, LG, SK 등 국내 대기업의 주요 제조 계열사를 비롯해 40여곳의 다양한 산업 분야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객체 인식 솔루션 ‘SVNet’을 공급하고 있다. SVNet은 카메라 센서로부터 전달되는 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의 인식 소프트웨어로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SVNet은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는 ADAS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다. 즉, 자율주행차가 아니더라도 현재 상용화되는 차량에는 반드시 필요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씨메스는 비전 AI를 기반으로 제조 현장에 로보틱스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씨메스의 솔루션은 사람의 눈과 같이 3차원으로 인식하는 3D 비전을 통해 촬영된 물체와 주변환경을 센싱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뇌처럼 인지와 판단을 한다. 이후 산업용 로봇(6축 로봇, 협동로봇 등)을 이용해 지정된 작업을 수행한다.
씨메스 솔루션은 국내 및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현장에 이미 도입됐으며 안정성까지 인증받았다. 씨메스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해 지난 10여 년 간 여러 고객사(자동차, 신발, 물류 등)에 AI 로보틱스 솔루션을 공급했다”며 “현재는 실제 현장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점차 고도화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는 AI 로보틱스 분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가 통했다
이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장을 보이며 기업공개(IPO) 상장을 진행하는 데는 ‘제조업’에 대한 명확한 시장 타깃팅에 있다.
제조업에서 AI 역할과 효과는 크다. 맥킨지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AI를 도입한 기업 중 약 64%가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는 제조 공정에서 AI 도입 시 약 15~40%의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10~20%의 품질 향상, 20~50%의 리드타임 감축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경우 사업 초기 구글 글라스 등의 웨어러블 기기를 대상으로 솔루션을 개발했으나 차량용 ADAS와 자율주행 부문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투자와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SVNet으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했다.
마키나락스의 솔루션 또한 현재의 제조업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산업 특화 AI 모델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마키나락스 관계자는 “현재 AI 개발 플랫폼 공급이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후속 과제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제조 기업에서도 보다 실질적인 단계에서의 AI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빠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메스의 AI 로보틱스 솔루션은 제조업 환경에서 나타나는 인력 부족, 상해 위험성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에 맞닿아 있다. 씨메스 관계자는 “이제까지 제조 현장은 기술적 한계로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비정형 공정들이 많았다”며 “3D 비전과 AI, 로보틱스 기술을 융합한 솔루션을 통해 비정형 공정을 수행하게 되면서 기존의 인력 부족과 상해 위험성에 대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 이익 극대화 위해 ‘직판’ 전략 강화하는 K-바이오
- 갤럭시로 생중계하고, 초대형TV는 할인…삼성·LG ‘올림픽 특수’ 겨냥 파리 마케팅
- 정치권까지 번진 박정원 두산 회장의 ‘꼼수 합병’
- [줌인IT]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1군 건설사들
- 당국은 주담대 줄이라는데…공격 영업 나선 SBI저축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