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가 또 한 번 진화했다. 기존 정보통신 사회에서 인공지능 기술 등의 등장으로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역사에 남을 대변혁의 시대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지금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체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新테크노크라시>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사회에 대해 탐구한다. 기술 문명이 필연적으로 정착된 사회에서의 영향을 고찰하고, 기술 발전 없이는 삶이 불편해질 정도로 의존하게 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검토한다.
이 기획은 기존에 정의돼 있는 테크노크라시의 개념과 역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개념의 테크노크라시를 정의한다. 또 최근 기술 발전으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영향과 문제점을 살펴보며 새롭게 정의된 테크노크라시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점검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다양한 견해를 제공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해 본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과학 기술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나노기술 등의 첨단 기술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이 필연적으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제공하지만은 않을 뿐더러 여러가지 문제를 내포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치료법이나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은 개인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규제와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AI 및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사이버 공격 등의 문제들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인류의 안전과 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은 분명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윤리적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도덕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체제와 정책적 노력, 그리고 윤리적 기준이 수반돼야 한다.
과학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회는 기술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 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테크노크라트(Technocrats)가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문명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분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윤리적 기준이 고려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과학 기술의 잠재력을 신뢰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과학 기술은 인류의 진화를 돕는 중요한 도구지만, 그것이 이롭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기술 관료주의 사회,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21세기에 들어서 급격하게 발전한 과학 기술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깊숙이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사회 구조와 통치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이다.
기획재정부의 용어사전에 따르면 테크노크라시는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정치적,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사회 체제를 의미한다. 20세기 초에 진보적 운동을 통해 나타난 이 개념은 미국의 기술자인 F.W.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시작됐고, 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에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자본주의의 혼란과 부의 편재에 있어서 분배의 공평성과 공공의 복지가 유능한 기술자의 지도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관료주의를 뜻하는 뷰로크라시(Bureaucracy)는 문서화된 규칙을 기초로 확립된 분업화와 계층화된 조직구조를 뜻한다. 사무실과 지배의 합성어로 이뤄진 이 정의는 사무실 책상물림이 사회를 구성한다는 뜻으로, 계급의 수직 문화가 여기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정책 결정의 권한은 기술 전문가인 테크노크라트보다 뷰로크라트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인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이 많아진 요즘 시대에서 테크노크라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한 예시로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AI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발 및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지시했다.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AI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고 공정성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성필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AI 시대의 테크노크라트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생성형 AI 모델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하도록 의무화한 경우, 그 테스트 결과를 해석해 승인 또는 거절을 결정할 수 있는 기술자 출신 공무원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술의 투명성과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공공의 감시와 참여가 늘어나 테크노크라트의 역할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이나 분산형 데이터 시스템이 적용되면, 데이터의 신뢰성과 보안이 기술 자체에 의해 보장되므로 기술자 출신 공무원들의 직접적인 개입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부 김명주 교수는 “정보나 기술이 권력의 핵심으로 이동해 왔기 때문에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핵심 관료로서 활동 영역이 앞으로 더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보편적 활용 역량이 증가하면서 전문 기술자들이 관료로서 활동하는 테크노크라시의 필요성은 지금보다 커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의견을 전했다.
■ 과학자·공학자 출신의 기술 관료,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미국만큼이나 AI 기술을 관리하고 개발을 촉진하는 데 견줄만한 투자를 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공학적 배경과 과학적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한 정책 추진으로 인해 테크노크라트로 평가받는다.
칭화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시진핑은 그를 공학적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진핑은 2007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며 중앙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거쳐 2013년에 국가주석이 됐다.
그의 리더십 하에 중국은 경제 개혁과 기술 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갔다. 특히 그는 기술 혁신과 산업 현대화를 강조하며 AI, 5G,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는 기술 혁신과 경제 개혁을 통해 중국을 현대화하고 세계 경제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의 리더십은 실용주의와 과학적 사고에 기반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나연묵 교수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 리더들은 기본적으로 공학적인 기초를 소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AI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간다고 본다”고 언급하며 “AI 기술 면에서 봤을 때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것도 테크노크라시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 관료주의 사회는 인류의 발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일반 대중들이 인식하기에 난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테크노크라시가 바이든이나 시진핑의 정책처럼 반드시 범국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I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및 경제적 권력이 집중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리더는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전통적인 정치적 권력 구조와 다르게 작용한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이나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알고리즘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정보 접근 방식을 결정하므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 지배자들, 신테크노크라트(New Technocrat)
니컬러스 카다라스 저자의 책 <손 안에 갇힌 사람들>에서는 ‘신테크노크라트’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책에서 신테크노크라트는 삶에 관한 데이터를 캐내 세계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통제할 수 있는 소수 집단을 지칭한다. 막대한 데이터로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소셜미디어의 기업가인 제프 베이조스,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을 가리켜 디지털 지배자, 즉 신테크노크라트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디지털 지배자들에게 이용자는 수많은 데이터의 일부분이며 플랫폼의 소비자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기술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더 깊숙이 탐구하기도 한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인권팀 오병일 대표는 “실제로 메타나 구글 같은 경우 사이트 외의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부분을 약관에 포함시켜 이용자들에게 한꺼번에 동의를 받은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기업들은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항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용자 입장에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의 개인 활용으로 느끼게 된다”면서 이러한 수집을 발생하는 관행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셜미디어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항목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고 정보와 데이터 활용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술사회에 녹아들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데이터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받기 위해 과학적 기준과 기술적 보호 장치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점점 더 과학과 기술에 의존적인 형태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데이터 관리와 보안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는 어떻게 도래했을까. 산업혁명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화, 2차는 전기와 내연기관, 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4차 산업에 들어서서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초연결 사회와 지능형 자동화를 이끌어내며 현재의 기술 의존 사회를 형성하게 됐다.
주요 산업 | 주요 제품 | |
---|---|---|
1차 산업혁명 | 섬유, 철강 | 증기기관차 |
2차 산업혁명 | 철도, 전기 | 기차, 자동차 |
3차 산업혁명 | 정보통신, SW | 컴퓨터, 아이폰 |
4차 산업혁명 | AI, 빅데이터 | 자율주행차, 챗GPT |
눈에 띄는 점은 3차 산업혁명까지의 기술 발전은 주로 사람들이 물리적인 기계와 도구를 통해 편의를 얻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돼 정보화 사회를 형성했다. 이 기술들은 인간이 직접 다뤄야 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단순히 물리적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적 활동을 지원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을 도와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챗GPT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 제공, 문제 해결,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안 등을 할 수 있어, 인간의 지적 활동에 도움을 준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단순히 물리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의 정신적인 고뇌까지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삶의 질을 다른 차원으로 향상시키는 변혁을 이루고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니컬러스 카다라스 저자는 기술 의존이 디지털 세뇌와 행동 수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감금하거나 두려움을 자극해 권력에 순응하도록 강제했던 이전의 독재 정권들과는 달리, 이제는 자유 사회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인간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는 신테크노크라트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들은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사회에 이미 깊이 녹아있어 기술을 필연적으로 의존하게 된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 과학 기술에 의존하는 사회, 테크노디펜덴시아(Technodependencia)
이제는 기술의 소비를 넘어 다음으로 도래할 수 있는 시대를 테크노디펜덴시아라고 부를 수 있다. 테크노디펜덴시아는 ‘기술(Technology)’과 ‘의존(Dependencia)’을 결합한 , 사람들이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의존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기술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깊게 녹아있어 필연적으로 의존하게 된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특히 SNS나 챗GPT 등의 첨단 기술은 일상에 깊이 녹아든 만큼 대중들은 기술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오세욱 박사는 예시로 생성 AI를 이용해 업무나 명령을 지시하는 이용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오 박사는 “생성 AI는 대화 상대가 아니라 내가 지시해 준 범위 안에서만 데이터를 처리하는 도구이다”라고 지적하며 “경제나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를 AI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로 기업의 질서가 빅테크 중심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경제 질서 또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도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덩달아 관련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증가로 인해 자본 시장이 같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테크노디펜덴시아로 변화되는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러브 데스 + 로봇 (LOVE DEATH + ROBOTS)’은 그 예시를 잘 보여준다. 특히 시즌1 6화의 에피소드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WHEN THE YOGURT TOOK OVER)’는 5분가량의 짧은 분량임에도 테크노디펜덴시아의 핵심을 잘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생물학자들이 DNA를 이식한 요거트 발효균이 자의식을 얻게 되면서 국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는 요거트가 결국 인류 사회를 장악한다. 처음에는 여러 대립이 있었지만 결국 요거트의 통치하에 인류는 보다 행복하고 부유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요거트는 인류의 지성을 신뢰하지 않았기에 우주를 개발하며 지구를 떠나려 한다. 에피소드 말미에는 이런 말을 남기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요거트가 우리를 두고 떠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요거트를 AI에 빗대보면 어떨까. 인류는 AI를 편의에 맞게 이용하고 개발하고 있지만,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요거트처럼 인류를 지배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요거트가 우리를 두고 떠나는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인류가 AI에 기대어 사는 사회가 그려지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인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은 수많은 실수를 범하고 생이 끝날 때까지도 완벽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 에피소드는 인류는 더 완벽하고 진화된 존재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고찰하게 해준다.
과학적 근거가 객관성의 기준이 된 사회에서 신테크노크라시의 등장과 이로 인한 테크노디펜덴시아의 도래는 과연 우리를 어디로 이끌게 될까. AI는 이제 단순히 업무를 돕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주체성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 AI 기술의 확산은 도덕,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범위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소수 집단에 집중되는 기술, 첨단 기술 의존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한 기술 패권 경쟁 등을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기술 발전 시대의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신테크노크라시와 테크노디펜덴시아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과 자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우리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논의 방식이나 정보 습득 방법 등을 크게 변화시켜 소통 양식을 바꾸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의존이 커짐에 따라 그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과학의 발전과 첨단 기술의 의존으로 만들어낸 새 시대의 미래는 풍요로울까, 인류의 재앙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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