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사태로 클라우드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IT 인프라를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경쟁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란 고객이 외부 데이터센터 서버를 통해 IT 인프라를 제공받는 서비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사태로 AWS와 구글 클라우드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토종 기업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서 잘못된 사이버 보안 업데이트로 윈도 운영체제(OS)를 실행하는 850만대의 기기가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항공, 통신,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MS가 고객들로부터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MS에 대한 고객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MS의 클라우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앤더슨 이코노믹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글로벌 IT 대란의 비용이 10억달러(약 1조3880억원)를 넘길 것이며, 보상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AWS와 구글 클라우드로 눈을 돌리고 이는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AWS가 31%, MS 애저는 25%, 구글 클라우드는 11%로 집계됐다. MS 애저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 등을 앞세워 AWS와의 격차를 줄여왔으나, 이번 장애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민철 한국IDC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MS의 경쟁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특정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멀티 클라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통해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분산할 수 있는 새로운 IT 로드맵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멀티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을 강조해온 IBM, 오라클 등이 시장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멀티 클라우드는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온프레미스(내부 서버 설치형)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MS 장애 사태로 한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MS는 AWS, 구글 클라우드 등과 함께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획득을 통해 국내 공공 시장 진출 노리면서 국내 토종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 서비스 의존에 대한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클라우드상 윈도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으로, 리눅스 운영체제(OS)를 활용하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가격뿐 아니라 보안성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며 “빠른 위기 대응도 국내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차별화한 매니지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최적화된 클라우드 오퍼링이 가능하다면 국내 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