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엔진을 탑재한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1톤(t) 소형 트럭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자료에 따르면 포터 LPG 모델의 최근 1년 등록 대수는 3만5763대로 집계됐다. 1t 소형 트럭 시장의 전유물이었던 디젤 모델을 약 4000대 차이로 앞선 것이다. LPG 모델의 역전은 출시 7개월 만에 벌어졌다.
기아 봉고 3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봉고 3의 최근 1년간 LPG 모델 등록 대수는 1만7317대로 디젤 모델(1만8762대)을 앞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빠른 기간 내 디젤 모델과 격차를 좁히며 등록 대수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LPG 모델의 판매량 증가는 올해부터 어린이 통학버스를 비롯해 택배 화물차량, 여객 운송용 사업 차량의 디젤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는 대기관리권역 특별법이 시행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디젤을 대체하기 위한 상품성 개선 역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포터와 봉고에 기존 2.5 디젤 엔진을 대체할 스마트스트림 LPG 2.5 터보 엔진(T-LPDi)을 더했다. 새로 개발된 엔진은 디젤 엔진 대비 24마력 높은 159마력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30킬로그램미터(㎏f·m)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젤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과 토크 각각 18%, 4% 향상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 가격과 개선된 연비, 이를 통한 유류비 절감 효과, 공영주차장 주차비 할인 등 역시 선택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LPG 모델과 달리,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포터 Ⅱ 일렉트릭과 봉고 3 EV는 판매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기세가 꺾이고 있는 모양새다.
포터 Ⅱ 일렉트릭의 경우 출시 첫 달 124대가 판매됐으며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2020년에는 총 9037대가 판매됐고, 2021년에는 1만5805대, 2022년 2만418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2만5799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봉고 3 EV 역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봉고 3 EV의 연도별 판매량을 보면, ▲2020년 5357대 ▲2021년 1만728대 ▲2022년 1만5373대 ▲2023년 1만515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세가 한풀 꺾인 듯 보인다.
포터 Ⅱ 일렉트릭은 3월을 제외하고 세자릿수를 넘기지 못했다. 심지어 1월 판매대수는 4대가 전부였다. 포터 Ⅱ 일렉트릭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5480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대비 1만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봉고 3 EV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봉고 3 EV는 올해 상반기 총 283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1만397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량 감소는 전기차 캐즘과 소비자 평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 3 EV의 소비자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A씨는 “각종 보조금과 효율성 등이 매력적이어서 포터 Ⅱ 일렉트릭을 구입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운행해 보니 짧은 주행거리 탓에 충전 횟수도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돼 디젤 모델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화물 운수업 종사자 B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B씨는 “업무 특성상 짐을 적재하고 장거리 이동이 많은 편인데, 211킬로미터(㎞)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매우 짧게 느껴진다”며 “또 충전구가 디젤 모델 연료 주입구와 같은 자리에 있어 충전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포터 Ⅱ 일렉트릭과 봉고 3 EV의 부진과 넓지 않은 선택지 탓에 LPG 모델의 증가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PG 모델의 경우 부족한 출력과 낮은 효율성으로 인해 선택 비중이 높지 않았다”며 “반면 최근에는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개선된 점 전기차 캐즘, 소비자 평가 등이 맞물리면서 LPG 모델의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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