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 보름째인 22일 두번째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측과의 교섭을 하루 앞두고 압박을 강화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으나, 이날 집회 참석자는 첫 결의대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생산 차질’을 목표로 무기한 파업 중인 전삼노는 이날 오전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전국사업장에서 온 전삼노 조합원들은 ‘총파업’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강당에 모였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1200여명으로, 총파업 첫날인 지난 8일 집회에 모인 조합원(노조 추산 5000명, 경찰 추산 3000명) 규모보다 크게 줄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삼성의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변화를 만드는 건 경영진이 아닌 우리들이며, 이번 총파업으로 한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하나하나 바꿔 나가보자”고 말했다. 전날 전삼노 측은 “파업은 우리의 마지막 카드”라며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조합원들이 궐기대회에 많이 참가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에게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조합원 소통 창구인 대의원을 공개 모집하고, 희망 조합원 명단을 사측에 공식적으로 넘기는 계획을 소개하는 등 세력을 키울 방안을 언급했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갈수록 줄고 있으나, 노조 가입 직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출범 5년 차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총파업 선언 이전 2만8400여명에서 현재 3만4700여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조합원의 약 20%가 20일 만에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7% 수준으로, 반도체 부문 소속이 대부분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우리 조합원 수가 조금만 늘면 파업하지 않더라도 사측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조합원 수가 4만7000여명으로, 현대자동차 노조를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이달 23일 기흥 나노파크에서 만나 한달여 만에 다시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의 요구는 기본 임금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노조 창립 휴가 1일 보장,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파업 이후 노조와 사측이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는 만큼, 각 쟁점을 두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사측과 노조는 총파업 11일 만인 지난 19일 경기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만나 공식 대화를 재개했다. 전삼노가 먼저 사측에 ‘교섭 재개를 위한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사측이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답신을 발송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양측은 올해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 오다가 지난달 27일 사후 조정이 결렬되면서 대화를 멈췄고, 이후 전삼노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 최대한 대화를 이어가 상생하는 노사관계가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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