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필두로 유럽에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설비 교체 수요 등으로 원전 ‘큰 장’이 들어선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을 사실상 수주한 한국은 이어질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유럽에서 신규 원전·설비 교체 입찰 및 협상이 이어진다. 현재 신규 원전 건설을 가장 앞서 추진하는 곳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말, 원전 건설 로드맵을 발표하고, 1000㎿ 이상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밝혔다. 입찰은 2025년 진행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네덜란드 정부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 타당성 조사 계약을 맺고 수주 경쟁에 공식 참여했다.
폴란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폴란드 최대 민간발전사 ‘ZE PAK’과 국영 전력공사 ‘PGE’는 퐁트누프 지역에 원자발전소 최대 4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본계약을 마치고 203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폴란드 원전 사업은 입찰 방식이 아닌 협상을 통해 주사업자를 선정한다.
폴란드 측은 한수원을 파트너로 희망한다. 한수원과 ZE PAK은 지난 2022년 10월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재는 사업 타당성 조사 계약, 특수목적법인을 설립(SPC)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수익성을 비롯한 다양한 조건을 확정하고 계약에 이르게 된다”면서 “체코 원전 수주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안정적 사업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루마니아, 핀란드, 스웨덴도 신규 원전 건설 추진 계획을 확정했거나 발표했다. 신규 원전 사업 수주시 설계·구매·건설·시험 운전·핵연료 등을 일괄 공급하는데 이를 고려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운영 중인 원전 설비를 개선하는 사업까지 고려하면 유럽 원전 시장 규모는 덩치가 크게 불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다수 국가가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경쟁에서도 체코 입찰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3파전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입찰 과정에서 이들을 꺾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수원 등 팀코리아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국의 강점은 예정된 기간에 공사를 마치는 시공 능력과 경제성이다. 체코는 APR1400의 축소형인 APR1000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kW당 사업비는 8600달러 안팎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웨스팅하우스, EDF를 크게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안방에서 거둔 승리로 미국, 프랑스를 이겼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면서 “공기 준수, 건설 비용 등 측면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원전 붐을 맞은 유럽에서 한국이 추가 수주에 성공할 공산이 객관적으로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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