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항공사들이 파리올림픽 개최에도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파리올림픽 개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림픽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비싼 물가, 불안한 치안 등으로 여름 휴가 기간 프랑스 여행 계획을 세운 여행자들이 올림픽 이후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7월말 기준 한국 출발 프랑스행 항공편 예약율은 80%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파리올림픽이 개최에도 예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올림픽 특수로 인해 프랑스 파리 노선 승객이 더 늘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7월 말부터 8월초까지 성수기이기 때문에 원래 승객이 많은 시즌이어서 올림픽 특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유럽 노선 일부를 넘겨받은 티웨이항공이 예상 보다 늦은 취항으로 올림픽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당초 티웨이항공은 파리올림픽 개최 전인 6월말 취항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오는 8월 28일부터 인천-파리 노선에 취항한다.
앞서 프랑스 항공 당국은 ‘1공항 2항공사’만 허용하는 한국-프랑스간 항공협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티웨이항공에 취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양국간 협상 끝에 한시적 취항 허가를 받았지만 그만큼 취항 시기는 늦어졌다.
해외 각국 항공사들 역시 파리올림픽 특수 기대를 접었다. 프랑스 대표 항공사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최근 성명을 통해 파리올림픽 기간인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파리를 왕래하는 승객 수가 다른 주요 유럽 도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리 관광 당국은 올림픽 기간 1500만명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프랑스 방문 예정인 여행자들이 휴가를 올림픽 기간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다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파리관광청 자료를 인용해 여름 기간 호텔 예약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매출액이 1억6000만~1억8000만유로(2400억~27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에어프랑스-KLM그룹은은 올림픽이 끝난 뒤 승객 수가 정상화돼 9월 한 달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델타항공 역시 파리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수요 부진 여파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델타항공은 최근 파리행 노선 판매 감소 여파로 6~8월 사이 대서양 횡단 항공편 단위 매출액이 부진하면서 총매출액이 1억달러(139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항공사 중 델타항공이 가장 많은 파리행 운항편을 운영하며 손실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됐다.
파리올림픽 흥행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현지의 높아진 물가, 불안한 여행환경 등이 꼽힌다.
프랑스 당국은 올 여름부터 파리 유명 관광지 입장료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또 올림픽 기간 관광객 역시 교통 혼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한시적으로 2배가량 올리기로 했다.
불안한 치안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7월 15일 파리 동역에서 순찰 중인 군인 1명이 괴한 흉기에 찔렸으며 17일에는 파리 20구의 한 식당에 차량이 돌진해 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18일에는 파리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 인근에서 경찰관이 흉기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여름 휴가기간 파리 여행을 계획한 여행객들이 도시가 복잡한 시기를 피해 올림픽 이후로 계획을 미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7월 11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승객들이 파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하고 있다”면서도 “파리에 대한 여행 수요는 올림픽이 종료된 이후 다시 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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